엎친 데 덮친 중국 경제, ‘헝다 4배’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에 불안 고조

입력 2023-08-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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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난, 디플레이션, 미ㆍ중 분쟁 이어 새로운 변수
헝다 프로젝트 4배 규모, 지난해 업계 매출 1위
달러채 2건 이자 지급 미상환, 디폴트 위기
역내 채권 거래 중단에 주가 17%대 급락
“성장 반등 징후 거의 보이지 않아”

▲중국 베이징에서 5월 29일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5월 29일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역대 최악의 실업률과 디플레이션, 미국과의 첨단기술 분쟁에 놓인 중국은 이제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달러채 2건 이자 미상환, 11개 역내 채권 거래 중단

▲중국 상하이에서 9일 비구이위안 건물이 보인다. 상하이(중국)/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서 9일 비구이위안 건물이 보인다. 상하이(중국)/로이터연합뉴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비구이위안은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에 “14일부터 11개 역내 채권에 대한 거래를 중단하고 재개 시기는 추후 정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채권 거래를 일시 중단한 건 채권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6일 만기였던 달러채 2건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유예기간으로 주어진 30일 동안 이자를 갚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에 처하게 된다.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000억 위안(약 256조 원)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43억 달러(약 5조7233억 원) 상당의 역외ㆍ역내 채권 만기가 내년 말까지 도래할 것으로 추정된다. 무디스는 10일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강등했다. 케이븐 창 무디스 수석 부사장은 “이 같은 전망은 향후 12개월 동안 적시에 부채 상환 의무를 이행할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비구이위안은 최근 상반기 순손실이 최대 55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 했다. 모닝스타의 제프 장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올해 남은 기간에만 최소 1억370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할 것”이라며 “비구이위안이 디폴트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헝다보다 큰 비구이위안, 우려도 더 커

▲중국 선전에서 2021년 9월 26일 헝다그룹 건물이 보인다. 선전(중국)/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선전에서 2021년 9월 26일 헝다그룹 건물이 보인다. 선전(중국)/로이터연합뉴스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기준 중국 부동산 매출 1위 개발업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주택 70만 채를 공급했는데, 이는 상위 50개 기업 공급량의 1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도 총 27만8000채를 공급해 전체 부동산 기업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이유로 비구이위안이 무너지면 헝다 사태 때보다 더 큰 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이날 홍콩증시에서 비구이위안 주가는 장중 17% 이상 급락하며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크리스티 헝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비구이위안은 헝다보다 4배나 많은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이들의 디폴트는 헝다 붕괴 때보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비구이위안의 모든 부채 위기는 중국 부동산 시장 심리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고 지급 능력이 있는 다른 개발업체에 대한 구매자 신뢰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률, 디플레이션, 미·중 분쟁…중국 경제회복 난망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파랑: 전년 대비. 노랑: 전월 대비. 출처 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파랑: 전년 대비. 노랑: 전월 대비. 출처 중국 국가통계국
비구이위안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국 경제가 이미 여러 문제를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CPI가 전년 대비 기준 하락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4% 하락했다. 낙폭은 6월 기록(5.4%)보다 작았지만, 시장 전망치(4.1%)보다는 부진했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장지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방송에 “CPI와 PPI 모두 디플레이션 영역에 있다”며 “내수 부진으로 경기 모멘텀 약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총평했다.

실업률도 문제다. 16~24세 청년실업률은 6월 21.3%를 기록해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가통계국은 1200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지는 7월에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 밖에도 미국과의 첨단기술 분쟁을 비롯해 폭우와 홍수를 동반한 기후변화, 부동산 투자 감소 등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성장 반등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15일 공개될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계속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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