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기준금리를 기존 8.5%에서 12%로 3.5%포인트 올렸다. 루블화 약세가 지속되자 한 달 만에 두 번째 금리인상에 나선 것이다.
15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오전 임시회의 후 성명을 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전날 루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2루블로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후인 지난해 3월 이후 처음 100루블을 넘어서자 크렘린궁이 긴축통화 정책을 촉구한 데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루블화 가치 하락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최근 3개월 간 물가 상승률이 7.6%에 달해 정부가 제시한 목표인 4%를 크게 넘어섰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루블화 평가절하가 물가로 전이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물가 위험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앙은행은 “현재 통화 정책을 고려할 때 연간 물가상승률은 2024년 4%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달러당 75루블 수준이던 루블화는 전쟁 후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3월 한때 달러당 120루블을 넘어설 정도로 가치가 폭락했다.
이후 주민들에 대한 환전 금지와 외국인 주식 매도 금지, 에너지 기업의 루블화 보유 의무화 등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이후 달러당 50루블 선까지 가치를 회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쟁 발발 직후 20%로 긴급 인상됐던 기준금리도 지난해 하반기 7.5%로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군비 지출 증가와 서방의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 도입 등으로 인해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가 30% 가까이 다시 급락했다.
이에 막심 오레쉬킨 러시아 대통령 경제고문은 전날 “느슨한 통화정책이 루블화 약세의 원인”이라며 “현재 환율이 기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났지만 머지않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 중앙은행은 가까운 장래에 상황을 정상화하고 대출금리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갖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대응을 촉구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내달 15일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오레쉬킨 고문의 발언이 전해지자 이날 임시회의 소집 방침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