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근거로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집회·시위 제도 개선에 대한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확성기 등으로 인한 집회·시위 소음 규제를 강화하고, 출·퇴근 시간 주요 도로 점거나 심야 집회 등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는 지난 12일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복추구권, 사생활 평온, 건강권 등 일반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장과 공공질서 유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방해와 주요 도로 점거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심야·새벽 집회 △주거지·학교 인근 집회에 따른 피해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은 점을 고려해 벌칙 규정 미비점 보완 등 단속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강 수석은 "국민참여토론 과정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 기초가 되는 기본권으로서 존중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집회 금지 시간과 장소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집회와 시위 요건 및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있다며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3일까지 3주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총투표수 18만2704표 중 71%(12만9416표)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
게시판 댓글을 통한 자유토론에서는 13만여건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으며, 이 중 10만8000여건(82%)은 과도한 집회‧시위로 겪는 피해를 본다며 국민 일상을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만5000여건(12%)은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현행 유지 또는 집회·시위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토론 과정에서 중복 투표, 조직적 독려 등이 있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본인인증을 거치고 있는 만큼,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대규모 어뷰징은 불가능하다"며 "누구나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특정한 결론을 염두에 두고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특정 세력만이 토론 과정에 참여한다고 언급하는 것은, 순수하게 참여해주신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다양한 제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경청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자동차세 등 각종 행정상 자동차 배기량 기준 개선'을 주제로 4차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자동차세나 기초생활수급자격을 결정할 때 자동차의 재산 가치를 배기량에 따라 산정하고 있는데, 시대 변화와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