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는 나폴리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선보이며 정상급 수비수로 거듭났습니다. 김민재 이적 첫해 만에 나폴리는 33년 만에 세리에A를 제패했고, 김민재는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 상까지 거머쥐는가 하면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죠. 그가 그라운드를 누빌 때마다 현지 팬들은 “Kim!”을 외쳤습니다.
김민재의 활약으로 빅클럽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등 다수의 클럽이 김민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쏟아졌는데요. 김민재가 바이아웃을 삭제하자는 나폴리의 재계약 요청을 거절하면서, 이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겁니다. 이후 빅클럽은 김민재의 영입에 전격 뛰어들었죠.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건 맨유였습니다. 맨유는 지난겨울부터 영입 의사를 표해왔고,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지급과 계약 내용, 구단의 프로젝트 관련 정보까지 언급하면서 김민재 영입을 추진해왔죠. 이번 여름 이적시장의 주요 타깃으로 그를 낙점한 겁니다. 영국 매체 더 선 등이 ‘맨유와 김민재가 이미 이적에 합의했다’는 취지로 보도하면서 김민재의 맨유행은 확정된 듯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판이 깔리니,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습니다. 이는 구단 인수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인 맨유의 변수 때문으로 보입니다. 맨유 구단주인 글레이저 일가는 다음 시즌 새로운 구단주를 맞이하기 위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찰에서 경쟁이 벌어지면서 글레이저 일가가 최종 매각 금액을 끌어올리려 들었고, 7개월 가까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죠. 여기에 김민재에겐 이적료 문제까지 있어 영입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이에른 뮌헨이 등장하면서 반전이 찾아옵니다. 나폴리 지역 매체 에리어나폴리는 12일 ‘뮌헨이 김민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한 데 이어 15일 “뮌헨이 김민재 영입에 가장 근접했다”고 전했는데요.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도 16일 “뮌헨이 이번 주 김민재에게 구단의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협상이 빠르게 진행됐고 김민재는 뮌헨의 유혹에 빠졌다”며 “개인 조건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고 있다. 맨유는 여전히 김민재에게 관심이 있지만, (계약과 관련해) 합의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김민재의 독일행이 유력하게 떠올랐습니다.
특히 뮌헨은 김민재 영입을 위해 바이아웃 6000만 유로(한화 약 836억 원) 정도는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끄는데요. 그런데 이는 김민재의 올 시즌 활약과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몸값을 고려했을 때 저렴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듣기만 ‘억’ 소리나는 축구선수의 몸값인데요. 도대체 축구선수의 몸값은 왜 이렇게 비싼걸까요.
1월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에 따르면 전 세계 축구선수들 가운데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선수는 주드 벨링엄(20·보루시아 도르트문트)입니다. CIES는 벨링엄의 시장가치를 무려 2억820만 유로(한화 약 2902억 원)로 책정했습니다. 지난해 1월(1억3010만 유로) 이후 1년 만에 7000만 유로 넘게 오른 금액이죠.
2위엔 필 포든(23·맨시티)이 자리했는데요. 그의 시장가치는 2억50만 유로(한화 약 2795억 원)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는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가 1억9070만 유로(한화 약 2658억 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가 1억9050만 유로(한화 약 2655억 원)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습니다. 엘링 홀란(23·맨시티)은 1억7490만 유로(한화 약 2438억 원)로 전 세계 시장가치 톱5에 올랐죠.
축구 통계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오늘(16일) 기준 가장 시장가치가 비싼 선수는 음바페입니다. 1억8000만 유로로 1위를 차지하고 있죠. 2위는 홀란(1억7000만 유로), 3위는 주니오르(1억5000만 유로), 4위와 5위에는 벨링엄과 빅터 오시멘(나폴리·1억2000만 유로)가 각각 이름을 올렸습니다.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은 6000만 유로를 기록하면서 73위를 기록했는데요. 최근 이적 이슈로 축구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김민재도 6000만 유로로 최근 몸값이 상승했습니다.
이강인(22·레알 마요르카)은 2200만 유로(한화 약 306억 원)로 366위에 안착했습니다. 스페인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PSG는 이강인 영입을 위해 이적료 2200만 유로를, 이강인에겐 마요르카 계약과 비교해 8배 많은 연봉 400만 유로(한화 약 56억 원)와 2029년까지의 장기계약을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축구선수들의 높은 몸값에는 바이아웃, 즉 이적료가 한몫합니다.
축구는 이적료가 가장 잘 발달한 스포츠 종목입니다. 이적료의 개념을 좁게 한정하면 축구에만 있다고 할 수 있죠. 야구나 농구, 미식축구 등은 자유계약(FA)이나 트레이드 제도가 발달해 이적료 없이도 팀을 옮기는 게 가능합니다. 이때 보상금 명목으로 현금이 오가는 경우는 있지만, 일종의 ‘비즈니스’로 여겨지는 축구의 이적료와는 상이합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와도 엮입니다. 뛰어난 역량을 지닌 선수들은 한정돼 있지만, 이들을 원하는 구단은 넘쳐납니다. 각 구단이 입찰 경쟁을 벌이면서, 또 유럽이 주축이었던 선수 이적 시장이 중국과 미국, 중동까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몸값이 뛴 겁니다.
특히 미디어 발달, 슈퍼 에이전트의 등장 등에 힘입어 축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구단은 경기 티켓 판매는 물론 유니폼 판매, TV 중계료, 스폰서 광고 등 다양한 지점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는데요. 이에 구단 입장에서도 향후 수익을 위해 비싼 이적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영입에 목을 매는 겁니다. 석유 재벌부터 중국, 미국 등 정치·경제계의 큰손들이 구단주로 자리하면서 이적료 최고 기록은 경신에 경신을 거듭하고 있죠.
다만, 몸값 상승에도 제한은 있습니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제도가 구단의 무분별한 지출을 막는 고삐 역할을 하죠.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2010년부터 도입된 FFP는 ‘한 시즌 동안 팀을 운영하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2010년 회계연도 재정을 분석한 결과, 655개 구단 가운데 무려 56%가 적자를 낸 바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 출전한 200여 개 클럽으로 좁혀보면 적자 구단의 비율은 65%에 이르렀죠. 즉 FFP는 국제대회에서 선전하기 위해 선수의 연봉과 이적료 등을 투기하듯 지출하는 행태를 규제하기 위한 장치인 겁니다.
클럽이 FFP를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최악의 경우 해당 클럽의 라이선스를 박탈, 대회 출전을 불허합니다. 2012년 스페인 말라가가 이 제도의 첫 희생양이 됐죠. UEFA는 그해 12월 말라가가 과도한 채무를 기록했다고 보고 유럽챔피언스리그 나 유로파리그 출전 자격을 한 시즌 정지했습니다. 당시 말라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4위에 올라 있었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에 진출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말라가는 결정을 철회해달라고 UEFA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UEFA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죠.
축구는 자본주의의 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적료와 연봉은 매번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이 액수는 선수의 거취에 직접 영향을 주죠. 거대 자본을 가진 팀은 스타 선수를 영입하면서 승리를 차지하고, 승리 후엔 더 많은 자본을 챙기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우리 선수들의 가치도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트랜스퍼마크트는 16일 이탈리아 세리에A 포지션별 가치가 높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짰는데요. 여기에 김민재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몸값 상승 속도입니다. 2021년 10월 페네르바체 입단 당시 김민재의 몸값은 불과 650만 유로(한화 약 90억 원)였습니다. 지난해 6월 나폴리 입단 당시 시장가치는 1400만 유로(한화 약 195억 원)였고, 9월 2500만 유로(한화 약 348억 원)로 오르더니, 11월 3500만 유로(한화 약 487억 원), 올해 3월 5000만 유로(한화 약 697억 원)로 거침없이 올라 이번에 6000만 유로까지 쓰게 됐죠. 이 가치는 한국에선 손흥민과 함께 공동 1위, 나폴리에선 3위, 1996년생으론 4위, 세리에A에선 공동 7위, 센터백으로 8위, 세계 58위에 해당합니다.
이강인의 반등도 눈에 띕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 시절 2000만 유로(한화 약 278억 원)에서 1000만 유로(한화 약 139억 원)까지 떨어진 뒤 마요르카로 이적, 입단 첫 시즌에도 하락세를 보이며 600만 유로(한화 약 83억 원)까지 몸값이 크게 떨어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22-23시즌부턴 반등하더니 1년 만에 1600만 유로가 올라 2200만 유로에 안착했죠.
두 사람은 각각 뮌헨, PSG라는‘메가 클럽’ 입성을 코앞에 둔 상황입니다. 이들이 이적을 확정하고 한국 대표팀으로 같은 경기를 뛴다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이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같은 선수 소개 자막이 송출될 전망입니다. 특히 한국 대표팀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준비 중이라, 이 기대감은 더욱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