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재무장관 임명 이후 10% 빠져
시장은 ‘합리적 통화정책 복귀 신호’ 긍정 평가
증시 벤치마크, 올해 등락률 플러스로 전환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리라 가치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7% 급락하며 23.17리라를 찍어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낙폭은 2021년 12월 이후 최대였다. 리라 가치는 지난 2년 동안 60% 하락했으며 메흐메트 심셰크 신임 재무장관 임명 이후로도 10% 가까이 내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3일 금융계에서 인정받는 심셰크 전 부총리를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시장에선 비전통적인 금융정책을 펼쳤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통적 정책 전문가를 임명함으로써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졌다. 심셰크 장관 역시 전통적 정책으로의 회귀를 시사했다. 그는 임명 후 기자회견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돌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규칙을 기반에 둔 ‘예측 가능한 튀르키예 경제’가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장 우선순위는 재무부를 강화하고 신뢰할 만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라며 더는 중앙은행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간 중앙은행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대통령에 반기를 드는 총재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리라 가치 급락에도 시장은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리라 가치는 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튀르키예 경제 상황보다 과대 평가됐는데, 심셰크 신임 장관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의도적인 평가절하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은 당분간 리라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옵션시장에서는 향후 3개월 내 달러·리라 환율이 25리라에 도달할 확률을 80%, 27리라까지 오를 확률을 60%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환율이 내년 28리라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저먼마셜펀드(GMF)의 카드리 타스탄 선임 연구원은 “이전 환율은 튀르키예 정부 개입의 결과였던 만큼 아마도 리라 가치가 더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하락장은 더 합리적인 통화정책으로의 복귀 신호”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장은 정책 변화에 대한 확신으로 이미 호조세다. 튀르키예 증시 벤치마크인 BIST100지수는 이날 3.2% 급등해 주간 상승률이 9%에 육박한다. 지난달 대선 이후 상승 폭은 20%를 웃돌면서 올해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반전을 이뤄냈다. JP모건체이스 집계에서 튀르키예 달러 표시 채권의 미국 국채 대비 프리미엄은 이번 주 0.4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튀르키예 채권 보유 위험도가 줄었음을 의미한다.
시장은 이제 기준금리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통화정책위원회 정례회의는 22일 열린다. 그간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5%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금리를 19%에서 8.5%까지 낮추는 비전통적인 정책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