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홍수 보험료 4배 급등하기도
루이지애나·플로리다는 보험사 철수 분위기
수백만 달러 보조금 지급에도 시큰둥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보험사들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보험료 인상과 보장 범위 제한을 넘어 아예 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재해 취약 지역을 떠나고 있다.
미국 대형 보험회사인 스테이트팜은 최근 산불 빈발을 이유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주택 손해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스테이트팜은 “모든 기업과 개인의 손해보험을 포함해 신규 접수를 중단한다”며 “급격히 커진 재해 노출과 건축 비용 급등, 어려운 재보험 시장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캘리포니아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 여름 폭풍우로 피해를 본 동부 켄터키 일부 지역에서는 홍수 보험료가 4배나 급등했다. 루이지애나주와 플로리다주에서는 몇몇 보험사들이 작년 여름 허리케인 시즌을 앞두고 잇따라 주택 보험 계약을 중단했다.
루이지애나주와 플로리다주에는 남아있는 보험사도 많지 않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계기로 보험사들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2020년 허리케인 로라를 시작으로 수차례 태풍이 몰아쳤고, 막대한 보상금을 이겨내지 못한 민간 보험사 9곳이 문을 닫았다.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보험사를 유치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플로리다주 역시 대형 보험사 대다수가 이미 철수한 상태다.
보험사들이 재해 보장을 기피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가계로 돌아가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보험 가입을 주택담보 대출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빈번한 데다가, 가까스로 가입 승인을 받더라도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강해지는 기상재해로 인해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회복력이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미국 뉴올리언스에 있는 툴레인대학교의 제시 키넌 교수는 “기후변화가 폭풍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보험이 선택사항이 아니게 됐다”며 “저소득층은 계속되는 폭풍 속에서 주택을 끊임없이 고칠 만큼 재산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톰 코링엄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 연구원은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할 수 없거나, 막대한 보험료를 내야 하는 집에 살도록 두는 것은 지속불가능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장 위험이 큰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주민들을 위험 지역 밖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엔 보고서는 1970~2021년 극단적인 기상 이상 현상으로 약 1만2000건의 재해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약 4조3000억 달러(약 5686조75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났다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