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둔화 뚜렷·소매판매도 위축
지난해 12월 PPI, 9개월래 최저...소매판매는 1.1%↓
연준 인사들 “인플레 재발 방지 위해 금리 0.5%p 올려야”
미국 물가 상승세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향후 성장 전망에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매파’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공개한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 활동이 이전 보고 때 이후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기업들이 향후 몇 달 동안은 거의 성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베이지북은 미국 전역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지역 경제 동향을 취합한 보고서로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이달 9일까지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2개 지역 연은 중 절반은 해당 지역의 경제활동에 변화가 없거나 약간 감소했다고 보고했으며, 나머지 여러 연은은 소폭의 경제성장을, 한 곳 연은은 상당한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축소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부 소매업체들은 조사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특히 저소득 및 중산층 가정의 구매력을 감소시켰다”면서 “이에 따라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져 높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임금 인상도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해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무부가 내놓은 지난달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9% 감소)보다 더 부진한 것이다. 연말까지 이어진 쇼핑 대목에도 미국의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의 여파, 경기침체 우려로 지갑을 닫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물가 상승세 둔화를 이유로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을 점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베이지북은 이달 31일~2월 1일 이틀간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날 연준 인사들은 매파적 발언을 이어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연준이 금리를 가능한 한 빨리 5%대로 올려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새해 첫 FOMC에서 0.5%p 인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여전히 너무 적게 긴축하는 데서 오는 위험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말 금리 범위인 연 5%~5.25%를 약간 웃도는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