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베팅 경고 계속…“기껏해야 금리인상 쉬어가는 정도”
유럽 증시 상승속도 부담…현재 속도 유지 어려워
하반기부터 주식투자 까다로운 시기…물가지표·경기·기업실적 강도 등 변수 산적
코스피 지수가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증시 낙관론을 경고하는 메시지들이 나온다. 증시 반등이 예상보다 앞당겨지면서 하반기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들어 6% 가까이 상승하며 2400대를 터치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수는 이달 4일부터 16일까지 9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8.17%(181.18포인트) 상승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상반기 코스피 지수가 2600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시장의 빠른 진정 △중국의 리오프닝 △달러화 약세 △유럽 낙관론 등이 증시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시장의 금리 인하 베팅에 대한 경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했던 필립 힐데브란트 블랙록 부회장은 “올해 통화 완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시장이 잘못 판단한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물가안정을 되찾으려면 경기침체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껏해야 금리인상을 쉬어가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채권시장 베테랑인 밥 미쉘 JP모간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가 6월 피크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달리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계속할 수 있으며, 최종금리가 6%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낮은 실업률과 지속적인 임금 상승, 중국 경제 리오프닝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준이 올해 늦게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견인하고 있는 유럽 증시 강세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유럽 증시는 천연가스 가격 급락, 이에 따른 물가 압력 둔화, 시중 금리 하락 등으로 연초 주가 랠리를 보였다. 다만, 상승 속도는 다소 부담스럽다. 일부 유럽 증시의 경우 주가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서며 증시 랠리에 대한 부담감을 높인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올해 들어 5.36% 상승했다.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 40 지수는 각각 9.07%, 9.32% 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모멘텀 개선은 분명하지만 경기사이클의 V자 반등을 확신하기는 좀 이른감이 있다”라며 “상반기 중 유럽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예상하지만, 현재의 랠리 속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지적했다.
국내를 비롯한 세계 증시의 반등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주식투자를 하기에 까다로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 지표의 민감도가 다시 높아질 수 있고, 경기·기업실적의 회복 자체보다는 강도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우를 살펴보면 2001년과 2009년, 2020년은 경기와 기업실적 충격이 컸던 만큼 반작용도 크게 발생하며 빠르게 회복했다. 반면, 2012년과 2014년은 뚜렷한 정책 대응이나 이렇다 할 기업투자도 없이 저성장이 고착화되며 더딘 회복기를 보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빠른 회복이 현실화된다면 지수는 또 한 번의 레벨 업을 시도하겠지만, 회복 강도가 더디다면 지수는 정체된 박스권 흐름이 전개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