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사태 유혈 진압으로 지탄
10년 이상 중국 경제 고공성장 이끈 공로 있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장쩌민 전 주석이 상하이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은 이날 오후 12시 13분께 상하이에서 백혈병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별세했다.
장 전 주석은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지탄을 받았지만, 10년 이상 중국 경제의 극적인 고공 성장을 이끈 지도자이기도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장 전 주석은 톈안먼 사태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로 재직 중이었다가 덩샤오핑의 부름을 받고 베이징에 긴급 호출돼 공산당 총서기로 발탁됐다. 톈안먼 광장에서 학생 시위대에 동조한 후 숙청된 자오쯔양을 대신해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일약 중국의 지도자로 떠오른 것이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 장 전 주석이 당 총서기로 재임하는 동안 중국 경제는 3배 이상 성장했다. 그는 1993년 국가주석 직함도 추가했으며 주석 직은 2003년까지 유지했다.
‘상하이방’의 수장이기도 한 장 전 주석은 퇴임 후에도 오랜 기간 영향력을 유지했다. 시진핑 현 주석이 집권하게 된 배경에도 장쩌민의 지원이 있었다. 장 전 주석은 후임인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자신의 후계로 리커창 총리를 밀자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파벌을 견제하고자 시 주석을 밀었다. 그러나 시진핑이 집권하고 나서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펼치면서 상하이방이 몰락하는 것을 쓸쓸히 지켜봐야 하기도 했다.
공과가 극단적으로 나뉘지만, 장 전 주석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지금의 중국으로 이끈 공로는 부인할 수 없다. 장 전 주석은 기업인들의 공산당 가입을 독려했으며 주룽지 총리와 함께 ‘철밥통’이던 복지 제도를 개선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끌었으며 장쩌민 시대 제너럴모터스(GM)와 월마트 등 해외 기업의 중국 투자가 급증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 전 주석은 자신의 파트너인 주룽지 전 총리와 함께 시장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아가면서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장 전 주석은 톈안먼 사태 이외에도 파룬궁에 대한 비인권적인 탄압을 주도했다. 또 내륙 지역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기반인 상하이와 기타 중국 해안 도시의 경제 발전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도 나온다.
빅터 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여전히 장 전 주석의 정책은 수억 명 중국인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며 “그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