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자리 나누기 은행이 앞장 선다

입력 2009-04-07 12:16 수정 2009-04-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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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수당 반납...인턴십ㆍ中企 고용 지원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산업 전반에 걸쳐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회복을 위해 은행의 역할과 사명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경제 회복을 위한 은행권의 다양한 노력과 변화를 집중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금융위기를 극복을 위한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은행 임원 연봉삭감에서 시작된 은행권의 자구노력은 전체 임직원들의 급여 및 수당 반납을 통해 경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초석이 되고 있다.

은행권이 이처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금융기관으로서 그 역할과 사명을 감당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급여 반납 전직원으로 확산

이같은 급여반납 운동은 지난해 10월 22일 국내 은행장들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임원 연봉 삭감을 포함한 자구노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날 은행장들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은행산업에 대한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에 깊은 반성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하고 우리 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행별로 임원 연봉 15~30% 삭감으로 시작된 급여반납 운동은 5~10% 급여 반납, 초임 행원 급여 20% 삭감, 평직원들의 수당 반납까지 이어지면서 이제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되어 잡셰어링의 소중한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불어 영업비용을 절감하고 자금조달 및 운용의 효율화 등을 통한 경영상의 낭비요인을 제거하는 등 올해 예산을 대폭 감소하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여기에 한국은행 집행간부들과 주요 금융공기업 임직원들도 연봉 삭감 및 급여 반납운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경제회복을 위해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권은 급여 반납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약 6500여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할 예정이어서 청년실업 해소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실질적인 고용창출 과제

하지만 올해 은행권의 신규채용은 아직 일부 은행에만 국한되어 있어 실질적인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정규직을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곳은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 3곳에 불과하다. 이는 비용절감을 통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하지만 인턴십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용 규모가 작아 사회적인 비판의 빌미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노조는 "금융권이 올해 약 6500명 이상의 청년들을 인턴으로 채용했거나 채용할 계획이나 이중 3개월 미만의 단기인턴이 5200에 이르고 있다"면서 “특히 정부가 금융공기업에 대한 획일적인 감원 지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비용절감을 위해 간부직원들의 급여를 반납하고 평직원들의 수당까지 반납하는 상황에서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은행권은 인턴사원 중 성적이 우수한 일부 사원에 한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이춘근 인사조직연구실장은 “고용이 늘어나려면 궁극적으로는 경제가 성장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 금융위기로 인해 성장이 저해되는 상황에서 구직자들이 원하는 ‘좋은 직업’이 늘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권이 시행하고 있는 인턴십은 ‘직업’으로는 볼 수는 없고 단기적인 방안에 불과하다”면서도 “하지만 급여 일부를 반납해 잡셰어링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양한 잡셰어링 방안 모색

은행권의 단기 인턴십에 대한 우려는 당초부터 있었고 일각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단기 인턴십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실질적인 고용창출을 위해 차별화된 다양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업무제휴를 맺고 인건비를 절감해 마련한 재원을 중소기업의 정규직 채용을 지원하는 또 다른 형태의 잡셰어링에 나섰다. 이는 자칫‘작장체험’ 수준에 그칠 수 있는 현행 인턴십의 단점을 보완하고 실질적인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의 인턴십의 한계를 뛰어 넘어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정규직 고용창출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에 대해 감사한다”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은행권의 급여 반납으로 시작된 잡셰어링 운동은 청년인턴 채용을 넘어 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고용 창출을 지원하는 형태로 진화하면서 침체된 고용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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