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 노조간부 비판한 조합원…대법 “모욕죄 아니다”

입력 2022-11-11 12: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노조 구성원의 비판적 의견 표현…악의적이라 볼 수 없어”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비판하며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인터넷 공간에서 버스노조 간부 B 씨와 C 씨를 “버스노조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구속 수사하라”는 글을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7년 “채용 비리를 경찰에 제보한 뒤 B 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언론사에 허위 제보를 해 B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언론 허위 제보를 모두 유죄라고 봤다. 그러나 인터넷에 ‘악의 축’이라는 말을 쓴 모욕 혐의에 대해선 유‧무죄 판단이 갈렸다.

1심은 A 씨가 노조 위원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집회 개최를 공지하면서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부차적으로 썼고, B‧C 씨를 비판한 내용이 터무니없지는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이 표현이 모욕적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악의 축’은 피해자들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해할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면서도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 A 씨가 노조 집행부의 공적인 활동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담은 인터넷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쓴 표현이니 위법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노동조합 조합원은 노조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내부 문제에 대해 의견 개진을 비롯한 비판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조합의 운영 등에 대한 비판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을 일컬어 사용한 이래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 핵심 일원’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지나치게 모욕적‧악의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일경 기자 ekpark@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830,000
    • +1.47%
    • 이더리움
    • 4,284,000
    • +1.06%
    • 비트코인 캐시
    • 471,000
    • +4.9%
    • 리플
    • 620
    • +3.51%
    • 솔라나
    • 198,100
    • +5.77%
    • 에이다
    • 508
    • +2.01%
    • 이오스
    • 708
    • +5.51%
    • 트론
    • 184
    • +2.22%
    • 스텔라루멘
    • 125
    • +5.93%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600
    • +4.24%
    • 체인링크
    • 17,840
    • +3.6%
    • 샌드박스
    • 414
    • +9.2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