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도 전에 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사업주에게만 시행을 전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구의역 사고도 그렇고, 본질은 위험의 외주화”라며 “위험한 일일수록 고숙련 노동자에게 맡기고 그들에게 더 많은 월급을 줘야 하는데, 정규직들이 안 하겠다고 하니 기업들은 하청을 줘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조합에선 하기 싫은 일을 하청에 떠넘기고, 막상 사고가 나면 기업을 탓한다”며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면 기본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능공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노동조합들이 3D(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를 기피하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조장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노조 활동이 조합원 실리만을 챙기는 무책임, 위험 전가에서 벗어나 산업안전, 노동안전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의 ‘구멍’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전관리와 투자로 재해를 줄인다는 관점이 아니라 형사처벌 관점에서 접근하면 형사처벌만을 회피하기 위한 행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개별적인 합의로 산재를 은폐할 가능성도 존재하고, 실질적인 책임자가 아닌 ‘명목상’ 책임자만 임명해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도 사망이 아닌 일반적인 산재 사고는 숨길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사고율은 낮은데 사망률은 높은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지 않아도 산업안전보건법 틀 안에서 충분히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특히 제정 법률에선 기준이 불명확해 해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산안법으로 통합해 규정을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법의 목적은 형사처벌이 아닌 안전에 대한 투자 강화다. 그런 관점에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산재가 발생한다면 형사처벌보단 과징금 등 경제적 불이익을 부과하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게 타당하다. 실질적인 안전 투자가 이뤄지게 해야지 운이 나쁘면 산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을 법이 조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교수는 “최근 광주 사고도 있었고, 오죽하면 이런 법까지 만들어졌겠냐는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 부담 가중 등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우선은 법을 시행하되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도 안 된 법을 두고 옳으니 그르니 논쟁을 한다는 건 결국 법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실용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