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제공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된다. 법무부가 산하 기관인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데, 검찰의 상급 기관이 변호인 선정과 관리까지 맡게 되면서 독립성 논란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13일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형사공공변호공단이 취약 계층의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수사 초기부터 종료까지 변호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국선변호인은 법원에서 선임하는 방식으로 재판 단계에서만 도움을 줬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미성년자, 70세 이상 노령층, 청각장애인, 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 계층의 경제적 약자가 단기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에 출석 요구를 받는 경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법령에서 정하는 요건에 따라 경제적 자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피의자의 신청에 따른 심사를 거쳐 국선변호인을 지원한다.
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1심 기준 연간 피고인으로 기소되는 약 27만 명 중 국선변호인은 약 30%인 8만 명에 대해 선정되고 있고 범죄 종류도 제한이 없다"며 "반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1년에 조사받는 피의자 약 200만 명 중 신청 요건에 해당하는 비율은 1% 정도인 2만 명이고 범죄 종류도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주체가 법무부가 되면 독립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동시에 피의자를 변호하는 국선변호인 선정과 관리 주체가 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지적된 독립성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채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은 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공단의 예산 편성, 집행 등 운영을 지도·감독하도록 했다. 형사공공변호공단은 피의자 국선변호인으로 위촉된 외부 변호사를 선정해 수사받는 시민에게 연결해 주게 된다.
법무부는 독립성 보장을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원,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각각 3명,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에게서 각각 1명씩의 이사를 추천받아 이사회를 구성하고,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변호 사건에 대해 지시나 명령할 수 없게 규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성 논란을 해소하려면 법무부의 이사 추천 권한 자체를 없애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