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관련 변양호ㆍ하종선 잇따라 '면죄부'

입력 2008-12-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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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매각시기 놓치고 매수 희망자도 실종

최근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재판에서 관련자들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외환은행은 '헐값 매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났으나 결국 깊은 상처만 남게 됐다.

'새주인 찾기'가 시급한 외환은행은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적합한 매수자를 놓치는 불운을 겪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다시 새주인을 찾아 나서야 하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당시 외환은행 매각에 깊숙이 관계한 당국자들도 '정책적 판단'이라는 당위성과 명분은 얻었으나 오랜 재판과 함께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씻을 수 없는 멍에를 떠안았다.

◆'외환銀 재판' 잇따른 무죄 판결

지난달 27일 법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로비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하종선 씨에게 무죄 선고를 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론스타 측으로 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부분에 대해 확정적 증거가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하 씨는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대정부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에게 400만원을 주고 변 전 국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 3000만원을 투자하는 등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에 앞서 24일 법원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재판에서도 관련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을 무혐의 처리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 것은 금융당국의 '경영 및 정책적 판단'이었을 뿐 범죄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재판부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의도적으로 저평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론스타 매각을 위해 조작·과장됐다고 볼 수 없다"며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외환은행 등이 론스타 인수자격에 대해 예외적으로 승인한 것을 배임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변 전 국장과 이 전 행장은 국가 및 대주주인 수출입은행, 코메르츠뱅크로부터 각각 매각업무를 위임받은 사람에 불과해 배임죄의 주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해 1월 시작된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은 22개월 동안 재판부가 2차례 바뀌면서 모두 87차례 공판이 진행된 끝에 '합법적인 매각'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27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론스타게이트 국민행동’ 장화식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참으로 황당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마음먹고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재판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의 판결이라면 앞으로 재심이나 어떤 재판도 의미가 없다”며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새주인 찾기' 난망

이번 판결에 대해 외환은행측은 공식적인 반응을 일절 보이지 않고 있으나 ‘헐값 매각’이라는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난 것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누구보다 곤혹을 치른 것은 바로 외환은행이다. 재판 당사자는 아니지만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HSBC로의 매각 승인이 지연됐고 결국 협상이 결렬되는 불운을 맞았다.

1심 무죄 판결로 매각 작업이 다시 추진되기는 하겠으나 최근 '리먼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새로운 대주주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최적의 투자자로 인식되었던 HSBC와의 협상이 깨지는 불운을 맞았다”면서 “이는 한국경제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뒷북판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판결은 외환은행과 론스타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적합한 매각시기와 협상대상자를 놓쳤다는 점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말 많고 탈 많았던 외환은행 매각 관련 재판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외환은행은 ‘금융위기 파고’ 속에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힘겨운 여정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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