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임원 연봉 삭감을 비롯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및 계열사의 임원 급여를 10% 삭감하고, 조직효율화를 위해 중복 점포 통폐합, 점포신설 억제, 적자점포 폐쇄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인력 효율화를 위해 인원을 동결하고, 예산 축소운영, 내년도 예산 동결, 임직원 업무추진비 20% 축소 배정, 해외출장 억제, 소모성 경비 대폭 삭감 등 자구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연봉 줄이고 경비 절감
하나금융그룹도 하나은행을 포함한 전 계열사 임원들의 임금을 10% 삭감하고,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원자재 구입자금 3000억원과 유동성 지원자금 2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연봉을 15% 이상 삭감하고, 경비 10% 절감을 목표로 긴축경영을 해 나갈 계획이며, 불요불급한 회원권 등을 매각함으로써 경영합리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밖에 농협도 임원 급여를 10% 삭감하고 점포 신설 억제 및 적자점포 폐쇄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신한금융지주도 내년도 임원 임금을 삭감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도 내년도 임원 연봉을 5% 삭감하기로 결정하고 경기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해 내실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국민의 힘으로 재기한 우리은행이 선도적으로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며 "10년 전 위기극복 경험을 되살려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론 의식 '울며 겨자먹기'
은행권의 이같은 자구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회 여론은 여전히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는 은행권에 자발적인 자구 노력을 하기보다는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은행이 고임금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은행들의 자구책을 촉구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 지원을 받은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크게 우려하고 나섰다.
이밖에 시민단체들도 "철저한 자구 노력 없는 금융권에 정부의 대규모 지원은 합당치 않다"며 철저한 사전사후 감독을 주문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은행권의 자구노력은 공감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자발적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직원들의 임금동결 요구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면서 "은행장과 임원들의 스톡옵션과 성과급부터 공개하라"고 반박했다.
또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외면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만 정부와 경영진은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은행권이 마련한 자구책이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철저한 실천과 추가적인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게 각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