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대한 주요국의 공동 경기부양 대응 기대감에 상승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연일 하락하던 미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93.96포인트(5.09%) 폭등한 2만6703.3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36.01포인트(4.60%) 급등한 3090.2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84.80포인트(4.49%) 뛴 8952.16에 각각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는 1300포인트 가까이 오르면서 2009년 3월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12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미 뉴욕증시는 지난달 28일까지 크게 하락하면서 주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다우 등 미국 3대 지수는 일주일 간 모두 10% 이상 하락했고, 직전 최고치에서는 약 13%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뉴욕증시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87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에 빗대어 ‘블랙 위크(Black Week)’라는 말까지 나왔다. 뉴욕증시 S&P500지수의 시가총액은 지난주에만 무려 3조6000억 달러(약 4360조 달러) 증발했다.
이날 증시 반등은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동 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란 기대가 커져서다.
지난달 28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1.50~1.75%에서 0.50%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3월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4월에 금리 인하가 한 번 더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70%에 달한다.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시장 안정을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란 성명을 내놨다.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정책 수단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들도 긴급 자금 대출 방침을 발표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3일 오전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동 경기 부양 기대감에 유럽 증시도 반등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9% 상승한 5336.12로 마감했고, 영국 FTSE100지수도 1.13% 오른 6654.89를 기록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 역시 0.28% 오른 3338.83을 기록했으나, 독일 DAX 지수는 0.27% 내린 1만1857.87로 장이 종료됐다.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전망과 주요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에 유가도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4.5%(1.99달러) 상승한 46.7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주 16.14%나 미끄러졌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4.5%(2.23) 오른 51.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안전 자산인 미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은 1.167%대로 내려섰다. 장중 1.048%까지 내리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가 주가 급등을 따라 낙폭을 대부분 줄였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다시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은 1.65% 상승한 온스당 1592.50 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시장에서 금값은 지난주 중반까지 7년래 최고점 수준에서 고공행진을 펼치다 주 후반 코로나19 공포에 투자자들이 현금 선호 경향을 보이며 하락했다가 이날 다시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