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에 ‘벽창우’가 사라진다

입력 2019-04-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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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정치경제부 기자

고집이 센 사람을 ‘벽창호’라 한다. 벽창호는 원래 ‘벽창우(碧昌牛)’다. 평안도 벽동과 창성에서 난 소가 억세기로 유명한 데서 유래했다.

미국 의회에도 벽창우들이 있다. ‘쇠고기 벨트’니 ‘옥수수 벨트’니 하는 농촌 출신 의원들이다. 이들은 똘똘 뭉쳐 행정부에 농촌에 지원을 늘리라고 압력을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기네 농산물을 사라고 외국에 으름장 놓는 배후에도 이들 벽창우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상대국엔 얄미운 벽창우지만 미국 농가에는 일 잘하는 황소일 테다.

한국 국회에도 벽창우 노릇을 해야 하는 곳이 있다. 농어업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다. 그간 농해수위는 여야 공조가 잘되고 성과도 내는 편이‘었’다. 위원 대부분이 농어촌 출신이어서 FTA나 직불제 개편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데 뭉쳐 농어업 지키기에 나섰다. 여야 의원이 한목소리를 내니 정부도 무시하기 어려웠다.

이런 모습을 이젠 볼 수 없을 것 같은 걱정이다. 선거구 감소 때문이다. 도·농 간 인구 격차가 커지고 농어촌 선거구가 감소하면서 농해수위로 가려는 의원도 줄고 있다. 자원자를 구하지 못한 당 지도부에서 도시 출신 의원을 농해수위에 넣는 경우까지 있다. 농어업의 정책 의지와 전문성을 가진 의원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리 농어업은 기댈 언덕을 잃을 수밖에 없다.

선거제 개편을 두고 여야가 사생결단식 싸움을 하고 있다. 유불리가 쟁점이다. 한때는 도농복합선거구제나 직능대표제 강화 등 농어촌 선거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쇠망치’니 ‘빠루’니 하는 난투극에 뒷전으로 밀렸다. 선거제는 ‘국회의원이 누구를 대표하고, 보호할 것이냐’와 직결돼 있다. 먹고사는 산업, 농어업을 지킬 최소한의 ‘벽창우’가 국회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라도 국회는 농어업 대표성을 보장할 선거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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