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과 화웨이가 겪고 있는 부진의 여파가 부품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이폰 판매는 2019회계 1분기(2018년 10~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화웨이 역시 미국 기업 기술 탈취 혐의로 기소된 이후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무역 갈등, 암호화폐 거품 붕괴에 따른 직격탄을 부품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주요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의 궈타이밍(68) 회장은 이번주에 열린 신년회에서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스콘 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공급업체 전반에 불어닥친 우울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격려 인사를 한 것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그 여파가 하도 심각해서 투자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 하나, 어디 투자를 줄일까다”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아시아 시장 전문가 트린 응우 엔도 “전자 부품시장 침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중국 무역 자료를 분석해 보면 상황은 정말 안 좋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 여파는 업체 규모에 상관없이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카메라를 공급하는 중국의 한 회사는 한때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지난 해 6월만 해도 주가가 173홍콩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자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5일에는 78홍콩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도 올해 1분기 매출이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SMC의 대변인 엘리자베스 선은 “중국 시장의 침체가 우리 사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 전망이 우울하다는 얘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3년 전부터 부품 공급업체들 전반에 번지기 시작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으로 카메라나 센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을 낙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상황 개선은 더뎠고 스마트폰 매출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졌다.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업체들은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시장을 다각화하고, 미중 무역 분쟁에서 발생하는 관세를 피하고, 새로운 사업 분야를 물색하는 것이다. 가령, 대만 폭스콘과 페가트론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 폭스콘은 지난해 9월 이후 인도에 2억1350만 달러를 투자했고 베트남 진출도 시작했다. 애플 제품 생산의 약 30%를 맡고 있는 페가트론 역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페가트론의 SJ 리아오 사장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생산은 미중 무역 갈등의 결과에 달렸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실적 부진에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이어지면서 부품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