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법무부로부터 ‘금감원 직원 면책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 답변을 받았다. 앞서 혁신위는 “금감원 검사원 면책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검사가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면책권은 금융회사를 검사한 금감원 직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다면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금감원 검사원이 업무를 수행하다가 개인 손해배상 소송에 걸릴 수 있어 소극적으로 임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는 금감원 직원 면책 규정이 없다. 현행법상 금감원 임직원이 면책을 받으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적용 대상이어야 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이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경과실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면 면책된다’고 정한다. 다만 고의나 중과실일 땐 예외다. 공무원이 민사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줄여줘 보다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업무를 하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임직원이 국가배상법 2조 적용 대상이 아니면 민법을 적용한다. 민법은 과실이 있으면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한다. 금융위가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국가배상법을 적용할 수 있으면 따로 조항을 만들 필요가 없지만 적용 대상이 아니면 금융위설치법을 바꿀 방침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무부가 ‘네’ 또는 ‘아니오’가 아닌 개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법무부 유권해석 취지가 ‘금감원 직원 면책은 명문화 대상이 아니다’라고 읽힐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법무부 유권해석으로 사실상 금감원 검사원 면책권 도입이 무산됐다는 지적이다. 모호한 답변을 근거로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기엔 부담스러운 탓이다. 면책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금감원 직원들이 보수적으로 검사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 직원들이 소송에 휘말린 이숨투자자문 사기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금감원 검사원들은 2015년 8월 미리 알리지 않고 이숨투자자문 현장 조사를 나갔다. 이 회사가 불법 유사 수신행위를 한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무실을 조사하려고 했으나 불법 검사라고 주장하는 직원들 반발로 철수했다. 무리한 불법 검사로 손해를 봤다며 이숨 측이 금감원 직원들을 상대로 낸 채권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져 직원 월급을 가압류했다. 다행히 이어진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겼으나 금감원 직원들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는 2016년 가벼운 과실 면책 조항을 담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변경안’을 내기도 했으나 개정에 실패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면책은 금융감독 강화에 꼭 필요하지만, 매번 지연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