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연금개혁이 늦어지는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브라질의 신용등급은 방글라데시, 도미니카공화국, 마케도니아 수준으로 떨어졌다. S&P는 신용등급을 ‘BB-’로 하향 조정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S&P가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하향한 주요 배경은 브라질 재정 악화를 몰고 온 연금 정책 때문이다. 브라질 정치권은 지난해 연금개혁안을 표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올해 2월로 미루며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을 내면서 정치권은 혼란이 지속됐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연금개혁안은 오는 10월 시행되는 대선 때까지도 통과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S&P의 결정은 엔리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재무장관에게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메이렐레스 재무장관은 작년에 3대 신용평가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신용등급 하향 조절을 막아달라고 읍소했다. 그래듀얼인베스티멘토스의 안드레 페르페티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S&P의 결정은 브라질 정부와 국회가 연금개혁안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은 퇴직 연령을 남성 65세, 여성 62세로 설정함으로써 10년간 약 4000억 헤알(약 132조5560억 원)을 절감하는 방안이다. 메이렐레스 재무장관은 “S&P의 결정은 브라질의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킬 필요성을 높인다”며 “의회가 개혁과 예산 조정에 협조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S&P의 리사 쉬넬러 애널리스트는 “테르메 행정부의 다양한 정책에도 브라질은 예상보다 부채 문제에서 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진단했다. 쉬넬러 애널리스트는 “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는 10월 시행되는 대선 이후에도 브라질의 경제 전망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S&P는 2015년 9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 수준으로 하향했고, 2016년에도 한 단계 하향했다. 국제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와 피치도 당시 잇따라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