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비둘기로 돼있다. 나이 들고 몸도 불어 못 난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지난해 4월21일 금통위원 취임식에서 취임일성으로 한 말이다. 그런 그가 다이어트를 끝내고 비둘기(통화완화주의자)로서 훨훨 날았다. 6년5개월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11월 금통위에서 반대 소수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다만 비둘기는 그뿐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함준호 위원은 물론 고승범 위원도 금리인상에 손을 들면서도 비둘기적 색채를 물씬 풍겼다. 금통위는 또 낮은 물가의 향배가 추가 금리인상의 최대 변수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내년 7월에나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총재와 금통위원 교체, 6월 지방선거 등 정치경제적 이슈도 즐비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거나 대내 성장세와 물가가 크게 오른다면 5월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최근 성장세에 대해서는 금리인상에 반대했던 조 위원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는 “작년 하반기 이후 가시화되기 시작한 세계경제의 회복추세가 공고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회복도 점차 견실해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우리 거시경제의 하방위험은 어느 정도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우리경제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당장 축소해야 할 정도로 견실한 상태에 이르렀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10월달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이일형 추정 위원은 “수출과 투자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점진적으로 소비를 견인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성장세가 뒷받침해주고 잇는 현 시점이 우리의 거시정책완화 기조의 적정성과 그 효과를 재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보여 성장률갭이 이미 플러스로 전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신인석 추정 위원도 “견실한 성장세 하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가 과도할 경우 신용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겨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대체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매파로 분류되는 윤면식 추정 위원 마저 “실물경제 흐름에 대한 물가경로의 반응도가 낮은 이른바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우리만이 아니라 최근 주요 선진국의 공통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원인에 대해 “성장세 확대에도 불구하고 GDP갭이 아직 영(0)에 가까워 물가상승 압력이 작을 가능성, 글로별 경쟁심화 및 이커머스(e-commerce) 성장으로 물가인상 조정이 억제될 가능성, 장기간의 낮은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졌을 가능성”등을 꼽았다.
조동철 위원은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해 가는 것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준호 추정 위원 역시 “추가 금리조정 여부와 속도는 근원 인플레이션의 변화와 민간소비의 회복 상황, 글로벌 금융순환의 변화가 실질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 등에 기초해 신중히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면식 추정 위원도 낮은 물가가 빠른 추가 금리인상을 막는 걸림돌임을 시사했다. 그로 추정되는 위원은 “물가상승 압력의 생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통화정책의 전환속도는 물가경로의 흐름을 확인해 가며 완만해야 함을 시사한다. 추가 인상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으나 추가 인상 시점 선택에 있어서는 실물경제의 흐름보다는 물가경로에 보다 주안이 두어져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하가 선제적이었음을 강조하는 대목도 있었다. 미리 인상에 손을 든 만큼 추가 인상속도가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고승범 추정 위원은 “물가수준도 물가안정목표를 기조적으로 상회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이 통화정책방향을 시급히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는 없다. 내년 경제전망이 구체화되는 내년 초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를 한두 달 앞당겨 이번에 인상하는 방안에 동의한다”며 “앞으로는 경기 및 물가 동향과 가계부채 등 금유안정 상황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면밀해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