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정화수(井華水)

입력 2017-08-02 10:5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말았지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이른 새벽 우물에서 첫 물을 길어다 정갈한 그릇에 담아 장독대에 올려놓고 소원을 간절히 빌었다. 그 물을 정화수(井華水)라고 한다. ‘우물 정’, ‘빛날 화’, ‘물 수’이니 직역하자면 ‘우물에서 길어 온 빛나는 물’이라는 뜻이다. 우물에서 길어 온 맹물 한 그릇이 뭐가 그리도 빛나기에 ‘華’자를 붙여서 정화수라고 했을까?

요즈음 사람들의 눈에는 보석이나 명품처럼 우선 값이 비싸야 화려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옛 사람들의 눈에는 정성이 곧 화려함이었다. 한 땀 한 땀 이어진 바느질,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간 글씨, 어느 한 구석에도 정성의 빈틈이 없을 때 진정한 화려함으로 여겼다. 명품도 브랜드화하기 전까지는 본래 그런 정성이 담긴 물건의 이름이었다. 물론 지금도 장인들이 정성을 다하여 물건을 만들겠지만 어쩐지 정성보다는 한번 얻은 브랜드 가치로 인해 명품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살림이라서 신(神)께 드릴 거라곤 없었으니 우리 어머니들은 이른 새벽에 나가 밤새 고인 우물물이라도 첫 물로 떠다가 신께 드리며 그 물로 신과 교감하고자 했다. 우물물은 밤새 지구의 심층부에서 우러나온 정기가 배여 고인 물이다. 전혀 외풍을 타지 않는 우물 속이라서 미동의 파문도 없이 가장 고요한 상태로 가장 신령스러운 물을 담고 있는 게 새벽 우물인 것이다. 색깔로 치자면 순백의 물이다. 순백처럼 화려한 색이 또 있을까? 이처럼 새벽에 길어 올린 첫 우물물은 신을 감동시킬 수 있을 만큼 화려한 물이다. 그래서 정화수이다.

더운 여름에 우리 어머니들이 소원을 빌던 정화수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두레박이 아닌 요란한 기계로 퍼 올린 점이 다를 뿐, 생수도 깊은 땅 속에서 퍼 올린 물이다. 냉장고 속 생수를 정화수로 여기며 마셔 보자. 삶이 절로 신령스러워질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586,000
    • -2.91%
    • 이더리움
    • 4,234,000
    • -5.3%
    • 비트코인 캐시
    • 459,900
    • -6.37%
    • 리플
    • 604
    • -4.13%
    • 솔라나
    • 192,400
    • +0.1%
    • 에이다
    • 499
    • -8.27%
    • 이오스
    • 680
    • -8.36%
    • 트론
    • 182
    • +0%
    • 스텔라루멘
    • 121
    • -4.7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150
    • -8.23%
    • 체인링크
    • 17,400
    • -6.05%
    • 샌드박스
    • 395
    • -5.0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