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내로남불’은 자기 눈썹 안 보기

입력 2017-07-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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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더십연구소장

#올 상반기 최고의 유행어는?

올 상반기 최고의 유행어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닐까? 막장 드라마의 소재를 넘어 국회 인사청문회는 물론, 포털 검색어 순위에까지 올랐다. 내로남불 딜레마는 같은 사안을 다르게 보는 자기중심적 시각, 잣대의 이중성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나의 언행은 ‘의도’로 온정적으로 해석해주길 기대한다. 상대의 언행은 ‘결과’로 냉정하게 추궁한다. 상대의 행동은 ‘이상론’의 다락같이 높은 기준에 맞출 것을 주문한다. 나는 감성으로 소구하고, 상대에겐 이성으로 촉구한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다 하고, 자신을 아는 자는 명철하다 한다[知人者智 自知者明]”라고 말한다. 요컨대 ‘내로’의 자기 반성이 명(明)이라면, ‘남불’의 상대 판단은 지(智)이다.

#고전판 내로남불:목불견첩, 목단자견

동양 고전판 내로남불 버전은 “자기 눈으로 자기 눈썹은 보지 못한다”이다. 한비자는 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 내로남불을 풍자한다. 하나는 자기 성찰, 또 다른 이야기는 용인술의 시각에서 인용한다. ‘한비자’의 ‘유로편(喩老篇). 노자를 비유하다’ 중 목불견첩(目不見睫) 고사를 살펴보자.

초나라 장왕이 월나라를 정벌하려 할 때였다. 신하인 두자(杜子)가 이유를 묻자, 왕은 이렇게 답한다. “월나라는 정치가 어지럽고, 병력이 약하기 때문이오.” 두자는 이렇게 답한다. “저는 사람의 지혜가 눈과 같은 것이 될까 두렵습니다. 지혜는 눈과 같아 백 보 밖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은 볼 수 없습니다. 왕의 병력이 쇠약하고 정치가 더 어지러운 것은 월나라보다 더한 데도 정벌하려 하니, 이것은 지혜가 눈과 같은 것입니다.”

이 말에 초장왕은 월나라 공격 계획을 포기한다. 한비자는 “지혜의 어려움은 다른 사람을 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는 데 있다”라고 말한다.

‘관행편(觀行篇). 행동을 관찰하다’의 목단자견(目短自見)도 같은 뜻이다. 이번엔 용인술 시각에서 접근한다. “예전에 이주(離朱)라는 사람은 백 보 밖에서도 털끝을 분별할 정도로 시력이 좋았다. 그런 이주도 자기 눈썹을 보지 못한다. 백 보 밖이 가깝고 눈썹이 멀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이치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현명한 군주는 이를(자기 눈으로 눈썹을 보지 못하는 것을) 몰아세우거나,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다.”

한비자의 교훈은 요컨대 ‘내불남로’(내가 하면 불륜, 남이 하면 로맨스) 리더가 되라이다. 리더의 최고 덕목은 자기 성찰과 용인술이다. 자기 성찰은 ‘내불’의 엄정한 거울로 반성하고, 용인술에선 ‘남로’의 아량으로 포용하라는 조언이다.

#두 가지 전제:자기 성찰과 검증

여기엔 놓치면 안 될 두 가지 전제가 있다. 거울을 보되 바른 거울로 보는지, 인재의 단점, 약점을 포용하되 ‘인재’가 확실한지 검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내로남불의 혼란한 인사 정국을 보며 2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 눈썹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거울로 비춰보는가? 자기 성찰은 현재 모습이 굽었는지, 곧은지 인지(認知)하는 데서 출발한다. 자기 성찰을 하지 않는 채 옳은 소리를 해봤자 돌아오는 말은 “너나 잘해” 네 글자뿐이다. 중국에서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룬 당 태종은 ‘3개의 거울’을 자신의 성공비결로 꼽았다. 의관을 바로잡을 청동 거울, 역사의 흥망 사례를 돌아보는 역사 거울, 직언을 서슴지 않는 충신 거울이 그것이다. 작금의 리더들은 과연 몇 개의 거울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그들이 갖고 있는 3개의 거울은 볼록거울, 오목거울, 때 낀 거울은 아닌가?

둘째, 직책에 적합한 인재임은 확실한가. 옥에 티를 가진 인재인가. 티의 옥조차 없는 인물인가. ‘이주’ 같은 능력을 갖추지 못한 데다, 자기 눈썹도 보지 못하는 인물은 인재(人材)는커녕 인재(人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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