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술ㆍ신사업으로 조선업 불황 역행하는 中企의 힘

입력 2017-05-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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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칸 정공 가보니

▲27일 경남 거제시 하청면에 위치한 칸 정공 본사 정경. 제작 중인 알루미늄 소재 해양 구조물이 보인다. 사진=전효점 기자 gradually@
▲27일 경남 거제시 하청면에 위치한 칸 정공 본사 정경. 제작 중인 알루미늄 소재 해양 구조물이 보인다. 사진=전효점 기자 gradually@

지난 27일 김해공항에서 출발한 버스가 거제도로 향하는 거가대교를 건너자 바다 위에 떠 있는 대형 선박과 집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만 개의 컨테이너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선과 해양의 도시라는 것이 비로소 와 닿았다. 거제와 통영 등을 중심으로 한 경남 지역은 전국 조선업과 해양산업의 50%가 집중된 곳이다. 특히 거제 지역경제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25만여 명에 이르는 거제시민 중 약 20%가 조선업에 종사하고, 지역경제의 75% 정도가 조선업에 의존하고 있느니만큼 악화 일로인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기는 반토막 난 상태다.

동행한 김정원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서부지부장은 “거제에서는 길 가던 개도 만 원 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는 옛말이 됐다면”서 “조선해양산업은 2013년에 정점을 찍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안 좋아졌다”면서 “작년에 특히 많은 업체들이 파산하거나 폐업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침체기 중의 침체기라는 조선기자재업종 중소기업 중에서도 불황을 역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경남 거제시 하청면의 칸정공도 이들 중 하나다. 이날 방문한 공장에서는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공장 곳곳에 놓인 철 구조물 사이에서 작업이 한창이었다. 철 의장과 구조물을 생산하는 회사는 2011년 초 설립 이후 조선업 불황이 심화되던 시기에도 2014년 매출 26억, 2015년 65억, 2016년 150억으로 견실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박기태 대표는 “생산품 중 독점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대기업 협력사에 납품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소재를 제대로 다루는 업체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기 때문에 기술력을 기반으로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칸정공 본사 공장 한켠에는 해양플랜트 설비 중 하나인 알루미늄 재질의 거대한 계단식 타워(Stair Tower)가 마무리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 대표는 “금속 용접 중 가장 어려운게 알루미늄 용접”이라면서 “알루미늄은 대기에 노출되면 산화피막이 생겨 바닷물에 대한 내산성이 스테인리스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해양 설비 재료로 안성맞춤이지만 녹는점이 600도로 높아 가공이 까다롭다는 기술적 난점이 있다, 이를 제대로 하는 기업은 몇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7일 경남 거제시 하청면에 위치한 칸 정공 본사에서 박기태 대표가 알루미늄 소재 해양 구조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효점 기자 gradually@
▲27일 경남 거제시 하청면에 위치한 칸 정공 본사에서 박기태 대표가 알루미늄 소재 해양 구조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효점 기자 gradually@

2011년 칸정공 창립 직후부터 해외영업을 하면서 전 세계의 시장 트렌드를 두루 살펴본 박 대표의 안목은 남다르다. 국면 전환을 위해 기술 우위를 적극 활용해 기존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설 뿐만 아니라 신사업으로의 다각화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그는 “레저형 선박, 경비정 등에서 알루미늄 소재가 보편화되고 있고 레이더마스터, 포마스터 등 선박 윗부분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알루미늄 제작 비중이 늘어가는 추세다. 앞으로 많은 부분이 알루미늄화될 것”이라면서 “현재 진출 준비 중인 사회 간접인프라 부문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자회사를 만들어서 우리 알루미늄 기술을 접목해서 개발해 낼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해 무렵에는 조선업 침체기 국면 전환을 위해 알루미늄 가공에 특화한 회사의 비교우위를 살려 수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분야 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회사가 신용등급이 견실하고 부동산 담보도 있지만 조선기자재업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출이 거부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자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시중 은행들은 기존대출을 회수하고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부터는 신규대출도 전면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중진공 정책자금에 손을 벌렸다. 중진공으로부터 작년 3차례에 걸쳐 약 6억5000만 원을 대출받은 칸정공은 신사업에 성공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내년부터 매출에서 신사업 비중을 늘려 올해 200억 매출의 1%에서 내년경 매출 300억의 15%까지 확장할 계획”이라며 “업계가 과잉수주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이 단계만 잘 지나면 2019~2020년경에는 유가 상승과 노후선박 교체수요 증가, 금융경색 완화 등 불황이 풀릴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질 것이다. 그 때까지 우리만의 기술을 내세워 잘 버텨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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