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부동산발 경기부양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대내외 경제상황 변화 속에서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동결의 이유 중 하나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금융안정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의 지속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통위 결정문인 통화정책 방향(통방) 중 종합판단 부문에서는 기준금리를 직전 최저치와 같은 수준(2.00%)으로 인하했던 2014년 10월 ‘금융안정에 유의’라는 문구를 삽입한 후 지난 2월까지 29개월째 이 같은 문구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 말 1019조405억 원이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1344조2793억 원으로 325조2388억 원이나 늘었다.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상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작년 말 178.9%로 2013년 말 160.2% 대비 18.7%포인트나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주체인 정부와 기업, 가계 중 가계만 규모에 걸맞지 않게 나홀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계)의 금융부채 비중은 95.6%로 전년 대비 4.6%나 증가했다. 이는 2010년 79.5%를 기록한 이래 6년째 증가세로 역대 최대치를 지속하는 것이다. 반면, 일반정부는 57.2%로 전년보다 0.4% 감소했고, 공기업(36.6%)과 민간기업(240.7%) 역시 전년보다 각각 2.4%와 3.4% 줄었다.
이와 관련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자금부터 막기 위해서라도 LTV와 DTI부터 손봐야 한다”며 “이를 건드리지 않고 내놓는 대책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미 금리인상 전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노력해야 =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와중에도 한은은 당장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이 공식적으로 처음 주최한 금융안정 상황 점검 관련 금통위가 열린 지난달 24일 한은은 가계부채 누증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자와 고신용자 비중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상위 30% 고소득자 및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 차주 비중이 각각 65.5%와 65.7%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도 곁들였다.
다만 한은도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연간 약 9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6년 연구 결과를 통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미국 장기 시장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장기금리도 29~47bp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 통방에서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분위기와 금융안정 보고 시 분위기가 다른 점에 대해서 한 금통위원은 “금통위에서도 관련 논의를 했었다”며 “통화당국인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위기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은이 금리인상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 경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계속되기 전 최소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