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 유력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조달 비용이 높아지기 전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9~12월, 회사채 발행 크게 늘 전망 =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가진 기업도 올해 선발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회사채 시장의 큰 손인 SK그룹 등 대다수 기업들은 회사채 선발행을 위해 시장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이 발행은 적고 수요는 많은 구조를 띤 것도 기업에는 우호적인 환경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공모 회사채 발행은 16조6049억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2.6% 줄었다. 금리가 낮은 상황이지만 경기침체, 신용등급 하락 등 대외 환경 악화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 회사채 발행에 수요가 과하게 몰리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A+인 SK인천석유화학이 8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26일 실시한 기관 수요예측에 8600억 원이 몰렸다. 공급이 적고 대기 수요는 많은 상황과 신용등급이 싱글 A급이지만 그룹 지원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는 점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언제 어떻게, 기업별 셈법은 복잡 = 연준의 금리 인상 신호로 일반 회사채 발행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몰릴 전망지만 기업별로는 셈법이 서로 다르다. 회사채를 내놓기만 하면 완판되는 SK나 삼성그룹 계열사는 어렵지 않게 차환 물량의 선발행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싱글 A 이하인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7월 일반 회사채 발행 물량 중 74.3%가 AA 이상이었다. 회사채 발행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도 기관들이 A급 물량에는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이 수반되지 않는 한 올해 9~12월 회사채 발행이 몰려도 등급별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 유효 수요가 줄면서 금리는 올라갈 수 있다”며 “하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