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잘못된 영입, 그리고 국정의 본(本)과 말(末)

입력 2016-02-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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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다소 지난 이야기를 하나 하자. 더민주당이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을 영입한 일이다. 글 쓸 시점을 놓쳐 그냥 지나가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참기가 힘들었다는 말이다.

어차피 상대가 등을 돌린 사람, 불러들인 게 무슨 잘못이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그는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는 청와대 내의 ‘쪼가리 권력’ 싸움의 당사자였다. 이런 사람을 불러들이고 키우게 되면 국정운영에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무슨 문제인지, 또 왜 그래서는 안 되는지 짚어 보자.

학교와 기업, 심지어 교회나 절에서도 구성원 간의 힘겨루기가 있다. 절대권력인 대통령 주변은 오죽하겠나. 늘 밀고 당기고 한다. 혼자 힘으로 안 된다 싶으면 학연, 지연에 밖에 있는 대통령 친인척까지 끌어들여 패거리를 규합하기도 한다.

정책 라인은 그나마 좀 덜하다. 힘겨루기의 상당 부분이 철학과 논리, 그리고 대안의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나 쉽게 끼어들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비정책 라인은 다르다. 전문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만큼 너도나도 쉽게 그 게임에 뛰어든다. 싸움은 그만큼 더 치열해진다.

문제는 많은 경우 이들이 이런 싸움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이런저런 자리에 사람 몇 앉히거나 내모는 것, 또 특정인이나 특정 지역에 특혜나 예산사업 몇 개 주거나 주지 않거나 하는 것 등이다.

물론 이런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또 이런 것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힘이 대단해 보인다. 그래서 이들을 두고 ‘실세’ 운운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정 전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힘은 그저 작은 ‘쪼가리’에 불과하다. 행정수도를 옮기는 일도, 남북관계의 근본을 바꾸는 일도, 또 국가재정의 틀을 개혁하는 일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쪼가리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 수시로 세상을 흔든다. 단순한 가십거리가 되는 것을 넘어 국정을 마비시킬 정도의 일로 커지기도 한다. 지난번 조 전 비서관이 연루된 사건이 바로 그러했다.

탓하고 싶지 않다. 누구라도 재미있어 할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는 재미로 그쳐야 한다. 본말전도(本末顚倒), 즉 사소한 것(末)이 국가 의제나 국정의 중요한 문제(本)를 가로막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기에는 산업구조 조정의 문제, 일자리 문제, 가계부채 문제 등 국민 전체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너무나 심각하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권력운영을 투명하게, 또 원칙에 입각해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싸움의 소지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게 그리 쉽겠나.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어째야 하나? 당사자들이 잘해야 한다. 특히 지거나 밀린 쪽이 잘해야 한다. 원군을 불러오거나 울 밖으로 투항하는 등 싸움을 키워서는 안 된다. 억울해도 목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하고, 그래서 싸움을 종결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 정도의 각오 없이는 권력 근처에 가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그런 ‘충신’이 있겠나?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이 싸움 밖에 있는 사람들의 자세이다. 이런 싸움을 재밋거리 이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하고, 이를 키워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싸움은 계속 커지고, 그로 인해 국정의 본(本)과 말(末)이 전도되는 일도 계속 일어나게 된다. 누가 집권하건 말이다.

이런 점에서 더민주당의 조 전 비서관 영입은 심히 유감스럽다. 그가 옳은지, 그를 내몬 청와대가 옳은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 어차피 청와대 안의 힘겨루기였고, 그 어느 쪽도 의인은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당의 지도자까지 나서 그를 영입한다는 말인가? 정보가 탐나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그 무엇이 되었건 본(本)이 아니라 말(末)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이러면서 정책정당을 지향한다고? 또 집권을 하겠다고? 말(末)을 추구하는 집단, 당장 이기기 위해 꾀나 부리는 집단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렇게 해서 이긴들, 또 집권을 한들 얼마나 가겠나. 다시, 그리고 깊이 생각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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