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2월 26일 龍頭蛇尾(용두사미) 시작은 그럴 듯한데 끝은 흐지부지

입력 2015-12-26 07: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22일이 동지였다.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고 한다. 원래 노루의 꼬리는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에 매우 짧은 것을 형용할 때 이런 말을 쓴다. 2015년도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머리는 용인데 꼬리는 뱀이니 시작은 그럴 듯했지만 끝이 흐지부지라는 뜻이다. 송(宋)나라 사람 환오극근(圜悟克勤)이 쓴 ‘벽암록(碧巖錄)’에 나온다. 목주(睦州)의 용흥사(龍興寺)에 진존숙(陳尊宿)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도를 깨치러 여기저기 방랑하면서 나그네들을 위해 짚신을 삼아 나무에 걸어 두고 다녔다고 한다.

진존숙이 나이 들어 선문답(禪問答)을 할 때 화두를 던지자 상대방이 으악 하고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거 참 한번 당했는 걸.” 진존숙이 투덜대자 상대는 또 한 번 큰소리를 외쳤다. 내공이 깊은 것도 같고 수상하기도 했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역시 참으로 도를 깨친 것 같지 않아. 단지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가 아닐까 의심스러워.’[似則似是則未是 只恐龍頭蛇尾] 진존숙이 이렇게 생각하고 상대에게 물었다. “호령하는 위세는 좋은데 소리를 친 후 무엇으로 마무리를 할 거요?” 하자 상대는 슬그머니 답변을 피하고 말았다.

주희(朱熹)가 강학한 내용을 담은 ‘주자어류(朱子語類)’에도 용두사미라는 말이 보인다. 중국에서는 호두사미(虎頭蛇尾)라는 말도 많이 쓰나 보다. 원(元)나라 때의 문인 강진지(康進之)의 ‘이규부형(李逵負荊)’에 그 말이 나온다.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다는 유시무종(有時無終), 머리는 있는데 꼬리가 없다는 유두무미(有頭無尾)도 비슷한 말이다.

반대말로는 유시유종(有始有終) 시종여일(始終如一) 유두유미(有頭有尾) 수미일관(首尾一貫) 선시선종(善始善終)을 들 수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돌고 돌아 결국 홍명보, 그런데 문제는… [이슈크래커]
  • “고민시만 불쌍해요”…‘서진이네2’ 방송 후기에 고민시만 언급된 이유 [요즘, 이거]
  • "이별 통보하자…" 현직 프로야구 선수, 여자친구 폭행해 경찰 입건
  • 블랙핑크 제니 측 "실내 흡연 반성…스태프에 직접 연락해 사과"
  • 설욕전 대성공…'최강야구' 강릉영동대 직관전, 니퍼트 150km 대기록 달성
  • 경북 청도 호우경보 '폭우 또'…포항·경산·경주·영천·고령도 유지
  • '명조: 워더링 웨이브', 마라 맛 나는 '엘든 링+호라이즌'을 모바일로 해볼 줄이야 [mG픽]
  • '발등에 불' 네카오 경영전략…이해진·김범수의 엇갈린 행보
  • 오늘의 상승종목

  • 07.0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1,492,000
    • -0.27%
    • 이더리움
    • 4,383,000
    • +1.18%
    • 비트코인 캐시
    • 476,400
    • +2.1%
    • 리플
    • 615
    • +0%
    • 솔라나
    • 201,500
    • +1.66%
    • 에이다
    • 530
    • -0.38%
    • 이오스
    • 735
    • +1.1%
    • 트론
    • 182
    • +2.25%
    • 스텔라루멘
    • 124
    • +0.81%
    • 비트코인에스브이
    • 52,000
    • +0.29%
    • 체인링크
    • 18,550
    • -1.85%
    • 샌드박스
    • 419
    • -1.6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