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동부·태광·현대그룹을 금융그룹으로 선정해 국제적 감독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 기업의 계열 금융회사는 개별 기준으로 감독되고 있지만, 자산 규모나 그룹내 비중들을 고려할 때 그룹 전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그룹 감독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기업집단 금융그룹의 경우 위험관리 기능이 떨어지고, 업권별 감독체계로는 그룹 위험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를 맡은 금융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은 “대기업 그룹에 속한 금융회사의 경우 일부 업권에 제한적으로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데 그친다”며 “그룹 전체의 자본적정성이 과대평가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업권별 규제차이를 활용해 특정 계열사로 위험을 집중될 가능성도 있고,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이해상충 차단장치도 미약하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이 정한 금융그룹 선정기준 1안은 △그룹내 금융자산 5조원 이상 △그룹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금융권역별 자산 및 자기자본 비중 10% 초과 2개 이상 등이다.
1안의 경우 유럽연합(EU) 기준 등 국제 기준과 유사하고, 대형 그룹에 한정돼 자율 감독 역량이 높은 장점이 있다. 해당 기업집단 계열 금융그룹은 삼성과 동부 2곳이다.
2안 기준은 △그룹내 금융자산 5조원 이상 △그룹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등이다.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금융그룹이 포함돼 감독 목적에 비교적 부합하고, 시스템리스크에 미치는 영향과 금융업이 그룹에 미치는 영향 모두 고려된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기업집단 계열 금융그룹은 삼성·한화·동부·태광·현대그룹 등 5곳이다.
삼성과 동부그룹은 두 가지 안 모두 금융그룹으로 규정됐다. 삼성은 전체 금융자산이 313조원이며 금융자산 비중은 50.3%를 차지한다. 금융회사 총자산 대비 금융권역별 자산 비중은 보험업 71.9%, 증권업 21.4%, 은행 등 여수신 6.7%를 차지하고 있다.
동부는 전체 금융자산이 42조원으로 금융자산 비중이 80.8%이다. 금융회사 총자산 대비 금융권역별 자산 비중은 보험업 73.8%, 증권업 22.2%, 은행 등 여수신 4%였다.
이 연구위원은 “그룹전체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인식, 측정, 통제 할 수 있는 내부 위험관리체계와 절차가 부족하다”며 “계열사 간 또는 소속회사 및 대주주간 이해상충 방지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현실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그는 “기업집단 금융그룹 감독 규제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전례없는 일”이라며 “도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홍민영 변호사는 “재벌 소속 금융회사의 경우 자산건전성에 대한 규제는 가능하지만, 이해상충에 대한 감독은 가장 난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기업집단 금융그룹의 경우 대상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이 연구위원의 2안을 지지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삼성그룹 내 금융회사만을 대상으로 하기 보단 적어도 위아래로 연결된 수직 계열회사는 감독 범위에 추가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