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에 유니더스가 왜 상한가를 갔을까. 성완종 리스트에 광동제약 주가는 왜 올랐을까. 별로 연관성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사회ㆍ정치 현상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친다. 잘 들여다보면 연결고리가 보인다.
간통죄 폐지에 따라 불륜이 늘어나고, 이는 콘돔 수요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콘돔 제조업체 유니더스 주가를 크게 띄웠다. 비타500을 만드는 광동제약 주가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13년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 현금 다발을 넣어 둔 비타500 박스를 전달했다는 언론의 보도에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이는 결국 테마주로 연결된다. 기술과 연관이 있으면 기술테마주에, 정치인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으면 정치테마주에 이름을 올린다. 슈퍼개미가 테마주를 형성하기도 한다. 주식농부 박영옥, 손명완 세광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지분을 매입했다는 공시를 내면 여지없이 해당 종목은 급등한다. 최근에는 김봉수 카이스트 교수도 슈퍼개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 김봉수 교수가 아이즈비전 주식 5.07%를 장내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종목은 당일 12%대 급등하고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 불륜 테마주 ‘불끈’ = 유니더스, 현대약품, 영원무역, 국순당, 쌍방울, 마크로젠. 모두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폐지 결정 수혜주로 언급된 종목들이다. "등산복을 입고 다들 산으로 가고, 내려와서 막걸리 한잔에, 예쁜 속옷도 입고, 그렇게 손잡고 모텔로 가고, 혹시 모르니 피임약도 챙기고, 사고가 터지면 유전자 분석도…"
농담반 진담반이 섞인 이 얘기에 실제로 급등한 종목이 있는가 하면, 별 움직임이 없는 종목도 있었다. 먼저 가장 화끈한(?) 반응을 보인 종목은 유니더스. 당일 2시20분경 헌법재판소에서 성적 자기결정성 중시 등을 이유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유니더스는 국내 콘돔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는 세계 1위 콘돔업체다. 질염 치료제 ‘지노프로’, 응급피임약인 ‘노레보원’과 ‘엘라원’ 등으로 관련 분야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약품 역시 당일 9%대 급등했다. 유전자 감식주로 알려진 마크로젠은 2.55% 상승했다.
반면 등산복 노스페이스로 잘 알려진 영원무역과 속옷 관련주인 쌍방울, BYC 등은 별 움직임이 없었다. 국순당은 오히려 소폭 하락세였다. 하지만 이날 급등한 테마주의 상승세도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날 혹은 2거래일 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코스닥 시장이 좋다보니 투자자들도 이를 호재로 삼아 막연히 기대감을 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론 열풍에 테마주 ↑… 정치테마주는 여전히 기승 = 올 상반기 퍼스텍은 드론 생산 전문업체인 자회사 유콘시스템 덕분에 주가가 110% 상승했다. 유콘시스템이 택배용ㆍ구호물품 수송용 등 상업용 드론 출시를 위한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는 재료가 시장에 먹혔다. 특히 유콘 시스템은 신개념 드론인 ‘티로터(TRotor)’를 우리나라 육군과 공군의 국가중요보안목표 감시용으로 공급하고, 민수용 드론을 헝가리에서 조립 생산하기 위한 MOU도 체결하는 등 드론에서 앞선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최초로 정찰용 무인기를 개발한 한국항공우주도 올 초 대비 지난 14일 기준으로 73% 이상 급등했다. 이 회사는 연료전지 무인기, 스마트 무인기 시스템 등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휴니드는 드론 운용에 사용되는 데이터링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고, 이디는 로봇기술을 토대로 교육용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에 드론 테마주로 편입됐다.
드론은 조종사 없이 원격으로 비행하는 무인항공 시스템이다. 군사용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이 드론을 배송 시스템ㆍ인터넷 통신망 연결 프로젝트 등에 이용하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초기 군사용으로 개발됐던 드론이 상업용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미국 방위컨설팅사 틸그룹은 상업용 드론 시장이 10년 내 11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동안 정치테마주도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이 설립한 전방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최대 주주가 김 대표 모교의 총동문회장 출신인 코맥스도 6% 넘게 급등했다. 반면 패배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관련주들은 하락했다.
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자 ‘안철수 테마주’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 시장이 각각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에 오르자 관련 테마주도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