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표 36% 더… 삼성물산 합병 ‘물밑 세모으기’

입력 2015-06-09 08:59 수정 2015-06-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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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4% 보유 50%돼야 안정…엘리엇은 7% 소액주주도 가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9일 중요한 고비를 맞는다. 다음 달 17일 열릴 예정인 합병 관련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오늘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과 삼성물산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팽팽한 물밑전투를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다음 달 17일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주주 확정을 위해 이달 11일 주주명부를 폐쇄한다. 보통 주식을 매수하고 이틀 뒤 주식이 계좌에 입고되는 것을 고려하면, 9일 증시 폐장 전까지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해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합병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내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에 주주 참석률이 약 7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가에서는 합병안 통과를 위해서는 삼성물산 발행 주식 수의 50% 정도는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삼성과 엘리엇 모두 현재 보유한 지분 비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물산은 대주주 일가와 SDI, 삼성화재 등의 주식을 다 합쳐도 지분율이 14%밖에 되지 않는다. 엘리엇의 지분율도 7.12%에 그치고 있다.

먼저 압박에 나선 쪽은 엘리엇이다. 삼성물산에 주주총회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쳐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에 합병 반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며 세력 결집에 나섰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중 일부도 엘리엇과 뜻을 같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최근 온라인에 개설된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 회원들은 엘리엇 측에 주권을 위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위임 방법이 정해지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가의 상당수가 주총에서 엘리엇의 우군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한다. 엘리엇 진영이 주총 표 대결에서 질 경우 ‘합병 비율이 불합리하다’며 한국이나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어에 나선 삼성은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 설득에 나섰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주 홍콩으로 날아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접촉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신 삼성물산 사장과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등 그룹 내 재무통이 총동원돼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최 사장이 홍콩 출장길에서 엘리엇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애초 엘리엇 관계자를 만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이 섣불리 엘리엇을 접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은 투자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주행동주의를 수단으로 삼아 사익을 추구하는 벌처펀드에 대한 반감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우선 투자자들과 소통 확대를 통해 이번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5.76%를 우호세력이나 계열사에 매각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사주는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지만 외부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과거 엔씨소프트가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자사주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자사주를 매각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자사주 매각 같은 방법 없이도 우호 지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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