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드러낸 미 헤지펀드… 삼성의 “헤르메스 악몽” 재현되나

입력 2015-06-05 11:1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표면상 “합병 반대”외치지만 무산돼도 이득 없어… 결국 시세차익 노림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었다. 양사간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하고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이를 두고 삼성물산의 취약한 지배력을 약점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꼼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보유 지분이 2일 이전까지는 4.95%(773만2779주)였으나 3일 장내 매수로 2.17%(339만3148주)를 주당 6만3560원에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이 7.12%로 늘었다. 국민연금, 삼성SDI에 이어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올라선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불공정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에 대한 외국계 펀드의 공격이 오너가의 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4일 기준 삼성물산의 오너 지분은 삼성SDI(7.18%), 삼성화재(4.65%),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37%), 삼성복지재단(0.14%) 등을 합쳐 13.59%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지분은 32.11%에 달한다. 합병 계획안의 불공정함을 거론하며 지분을 매입한 엘리엇이 이들 외국인 투자자 중 일부를 끌어들이면 합병 무산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번 합병 계획에는 주식매수 청구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 계약을 해제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 지분 약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가격이 주당 6만356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5만7234원보다 높아 합병에 반대를 해도 뚜렷한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 이에 분쟁 이슈를 부각시켜 주가를 띄운 다음 차익을 얻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엘리엇의 ‘먹튀’ 가능성이다. 경영진과의 긴장 관계를 조성해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한 후 손을 털지 않겠냐는 것. 실제 엘리엇의 지분 취득 소식이 알려진 4일 삼성물산은 10% 넘게 급등했고 제일모직 역시 나흘 만에 반등하며 5% 가까이 올랐다.

삼성물산은 앞서 지난 2004년에도 취약한 오너 지분 탓에 영국계 펀드의 시세차익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헤르메스는 2003년 11월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했다. 5% 지분을 확보한 헤르메스는 주식매입 목적을 ‘투자’라고 밝혔지만 삼성물산 경영에 간섭하는 등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주가가 취득한 가격 이상으로 오르자 헤르메스는 2004년 12월 3일 단 하루 만에 지분을 모두 팔아 380억원의 차익을 올린 뒤 한국을 떠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헤르메스는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과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합병을 반대했을 때 엘리엇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며 “합병 이후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둔 시세차익을 노리는 등 무언가 감춘 속내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관련 법령과 시장의 가치평가 등 적법한 기준으로 산정됐다고 밝혔다. 시장의 반응이 호의적이어서 합병에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룹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감독 내정
  • 검찰,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이재명 부부에 소환 통보
  • 꺾이지 않는 가계 빚, 7월 나흘새 2.2조 '껑충'
  •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 장식한 대기록…오승환ㆍ김현수ㆍ최형우 '반짝'
  • “나의 계절이 왔다” 연고점 새로 쓰는 코스피, 서머랠리 물 만난다
  • ‘여기 카페야, 퍼퓸숍이야”... MZ 인기 ‘산타마리아노벨라’ 협업 카페 [가보니]
  • 시총 14.8조 증발 네카오…‘코스피 훈풍’에도 회복 먼 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771,000
    • -0.32%
    • 이더리움
    • 4,227,000
    • -1.35%
    • 비트코인 캐시
    • 455,600
    • -2.52%
    • 리플
    • 606
    • -2.42%
    • 솔라나
    • 194,800
    • -2.06%
    • 에이다
    • 505
    • -0.98%
    • 이오스
    • 715
    • +0.7%
    • 트론
    • 182
    • -1.62%
    • 스텔라루멘
    • 125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000
    • -1.07%
    • 체인링크
    • 17,900
    • +0%
    • 샌드박스
    • 421
    • +0.9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