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5월 5일 天眞爛漫(천진난만) 아무런 꾸밈없이 순진하고 참됨

입력 2015-05-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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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어린이날에 천진난만(天眞爛漫) 순진무구(純眞無垢)라는 말을 생각한다. 소파 방정환(1899~1931)이 잠자는 어린이를 묘사한 ‘어린이예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반 가지나 있느냐. (중략)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부르면 웃고 즐거워한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천진하다면 철부지이거나 범상치 않은 인물일 것이다. 고승대덕과 문화예술인들은 ‘자연 그대로’를 본받으려 애썼다. 두보는 시 ‘寄李十二白’(기이십이백)에서 “거침없는 환담으로 구애됨이 없는 삶을 사랑했고 술을 즐겨 천진함을 보였네”[劇談憐野逸 嗜酒見天眞]라고 이백을 평했다. 李十二라고 한 것은 형제 중 열두 째이기 때문이다. ‘문장강화’(文章講話)로 유명한 소설가 이태준(1904~1970?)은 “명필 동파는 천진난만시오사(天眞爛漫是吾師)라 했다”고 썼다. 소동파도 글씨를 쓰면서 천진난만이 내 스승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성대중(1732~1812)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 나오는 도둑 이야기를 읽어보자. “술꾼 도둑이 어느 부잣집에 들어가니 돈과 재물이 그득하고 항아리의 술이 익어 향기가 진동했다. 신이 나 퍼마시다가 잔뜩 취해 술항아리를 짊어지고 가려 했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밖으로 나가 ‘누가 이걸 우리 집까지 지고 가겠느냐? 20전을 주겠다.’고 소리 질렀다. 놀란 사람들이 ‘도둑이야’ 하고 소리치자 취한 도둑은 마루 밑으로 숨었다. 부잣집 종들이 작대기를 휘두르자 도둑은 돌아보고 웃으며 ‘그러지 마라. 눈 다칠까 무섭다.’고 했다. 부잣집 주인은 웃으며 도둑을 놓아주었다.”

도둑에 대한 성대중의 총평. “시와 예를 배우고서 남을 해치는 자에 비하면 도리어 천진난만하다”[較諸詩禮發冢者天眞爛漫]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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