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칼럼] ‘초과이익 공유’의 올바른 이해

입력 2015-03-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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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나 할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기업의 적정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또한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납품)대가 지급 등을 통해 자금이 협력업체로 원활히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일부 재계와 언론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일할 때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면서 말이다.

나는 이번 최 부총리의 주문이 작년 7월 내수활성화 대책의 일환인 소득 주도 성장정책의 효과가 미미하자 내놓은 애절한 호소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옳다고 생각한다. 임금 인상이든 적정납품가 지급이든 근로자와 협력 중소기업에 그들의 정당한 몫을 돌려주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협력해 성과를 이룬 중소기업에 그 기여도에 따라 초과이익을 돌려줘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해외진출, 그리고 고용안정을 꾀하도록 하자는 초과이익공유제도 결국 협력업체들에 성과가 합당하게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적정임금 인상이나 적정납품가 지급은 이익이 나기 전의 사전적인 개념이고 초과이익 공유는 이익이 난 후의 사후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오랜 세월 누적돼 온 대기업-중소기업 간 힘의 우열관계에서 대기업 스스로 협력 중소기업에 적정납품가 지급을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뭔가 특단의 변화가 필요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바로 특단의 변화를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제시됐다.

대기업들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협력 중소기업과의 관계를 ‘협력’이 아닌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라 하여 대기업-협력 중소기업의 관계를 일반적인 판매자-구매자 관계처럼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은 판매자-구매자의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소비자를 상대하는 하나의 기업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즉, [협력 중소기업<->대기업<->소비자]의 관계가 아닌 [(협력중소기업+대기업)<->소비자]의 관계인 것이다.

동종의 TV를 판매하는 삼성과 LG에 서로 초과이익을 공유하라고 한다면 시장경제 논리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이러한 경쟁관계가 아니다. 대기업이 만드는 제품의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실질적으로 대기업의 수족이 되어 한 부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적어도 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는 협력업체로서 대기업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초과이익이 발생했을 때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반사회적 혹은 반시장경제적이기는커녕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협력해 대기업의 이익을 내는 데 기여한 중소기업에 그 기여도에 따라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것 또한 반시장경제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초과이익 공유는 경제주체 간의 공정한 이익분배를 가능케 하여 시장경제의 병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초과이익 공유는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 가운데 하나다. 한국경제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17년간 투자가 매우 부진했다. 대기업은 돈은 천문학적으로 많으나 투자대상, 즉 첨단 핵심기술이 부족하다. 방대한 연구 및 개발(R&D) 지출이 개발로만 쓰였지 연구로는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D)로부터 연구(R)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이 걸린다.

중소기업은 중저위 기술로나마 투자대상은 많다. 그러나 돈이 없다. 따라서 초과이익 공유를 통해 돈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흘러가도록 하면 중소기업의 자금 숨통이 트여 투자가 일어날 것이다. 그것은 생산, 고용,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초과이익공유제야말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중소기업 위주의 정부 발주와 함께 당장에라도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재계와 언론의 깊은 이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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