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스위스 비밀주의] ① 300년 철통 비밀주의의 종말…루이14세 은닉부터 HSBC 탈세방조 적발까지

입력 2015-02-10 17:03 수정 2015-02-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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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의 거센 압박, 은행 고개정보 유출 등으로 국제사회 비난 대상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HSBC 프라이빗뱅킹(PB)사업부 건물. (사진=블룸버그)

17세기 이후 300년 간 철통 비밀주의를 지켜오던 스위스 은행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8일(현지시간) HSBC PB 사업부가 지난 2007년 이후 운용해온 비밀계좌의 규모와 고객 등 세부정보를 공개했다. HSBC는 부유층 고객들의 대규모 탈세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HSBC는 전 세계 203개국의 10만여 개인과 법인의 계좌를 통해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관리해왔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일부 계좌주의 이름이 공개됐으나 10만여 전체 고객 명단이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SBC 고객 중에는 전 세계 왕가와 마약상, 테러연루자, 각국 대사, 유명 연예인, 기업 대표 등 사회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포함됐다.

ICIJ의 이번 보고서 공개 파문으로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는 다시 한번 타격을 받게 됐다.

스위스 은행 비밀주의의 시작은 1685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가 신교도들의 종교 자유를 보장하던 ‘낭트 칙령’을 폐지하자 프랑스의 위그노 신교도들 상당수가 스위스로 옮겨가 은행업을 시작했다. 잦은 전쟁과 혁명으로 불안해진 유럽의 왕실과 귀족들 역시 1815년 국제조약에 의해 영세중립을 보장받은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후 스위스 은행들은 1935년 도입된 스위스 은행법(Bankgesetz)에 따라 고객의 거래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밀을 지키는 ‘프라이빗뱅킹’ 문화를 갖게 됐다. 은행이 지켜야 할 비밀은 은행에 관련된 정부뿐 아니라 계좌존재 여부, 고객정보 및 거래 내용 등이다.

그러나 전 세계 자산의 26%를 프라이빗뱅킹(PB)으로 관리하고 있는 스위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이 됐다. 미국이 자국민의 탈법자금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스위스 은행들을 기소하고 계좌정보 공개 등 거센 압력을 가했다. 또 은행 고객 정보가 담긴 자료가 외국 세무당국으로 유출되며 금융의 중심지인 스위스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국가 간 은행의 고객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추진에 나서는 등 스위스를 압박했다.

이 같은 압박에 스위스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식성명을 통해 이르면 2018년 자국 금융회사 계좌정보를 다른 나라와 자동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적절한 시일 내 법적 근거를 마련해 2017년부터 스위스 금융회사들이 외국인 납세자 계좌정보 수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첫 계좌 정보 교환은 2018년부터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됐다.

전문가 다수가 스위스 은행비밀주의가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는 국가 간 조세협정을 통해 탈세자 계좌정보 공개협조와 불법자금 유입을 차단해 금융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있다. 또 고객정보에 대한 합법적 보호와 자산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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