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관세맨 트럼프’에 맞서 ‘자유무역 수호자’ 존재감 키우려

입력 2024-11-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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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분열, 심각한 도전…순환 촉진해야”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때와 유사한 태도
美 관세 위협 맞서 타국과 관계 개선 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지도자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마/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지도자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마/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위협을 가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 무역 시스템 최고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글로벌 존재감을 키우려 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세계가 새로운 격변과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분열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상호 의존적인 세계를 분열시키는 것은 역사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무역, 투자, 기술, 서비스의 흐름을 방해하는 벽을 허물고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 및 공급망을 유지하면서 지역과 세계 경제의 순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가 지역 개방형 경제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했다.

시 주석은 APEC 경제지도자 회의에서도 “아·태 지역의 협력을 위한 개방적이면서도 상호 연결된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러한 역할을 자처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집권했던 2017년 이후 약 7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시 주석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엘리트들에게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는 양측 모두에게 부상과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최근 8년 동안 중국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면서 첨단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왔다. 1월 백악관 복귀를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60%의 관세를 물리고 나머지 국가에도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보편적 관세 위협은 시 주석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어려운 협상에 대비하고 있는 많은 정부와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1차 무역협상에 대해 “쉽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전날 미국의 중요한 아시아태평양 동맹국이자 안보 파트너인 한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정상과 일대일로 만났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담이 트럼프 취임 전에 이뤄지면서 시 주석의 존재감이 더욱 돋보였다. 이는 APEC 폐막식 단체 사진에서 엿볼 수 있는데, 시 주석은 맨 앞줄 중앙에 섰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뒷줄 끝에 자리 잡았다. 폭스뉴스는 “내년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진 배치는 미국 지도자들이 일반적으로 서 있는 위치에서 벗어났다”며 “지난해 APEC 행사 사진만 봐도 바이든 대통령은 중앙에, 트뤼도 총리와 시 주석은 그의 오른쪽에 있었다”고 짚었다.

한편 시 주석은 2026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PEC 국가들과의 협력 심화를 고대하고 있다”며 “내년 APEC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당선인을 포함한 21개국 지도자들이 중국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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