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부모가 권리를 갖는 아동복지

입력 2024-11-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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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8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아동총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8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아동총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에서 아동복지에 관한 권리는 아동이 아닌 아동의 부모가 갖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아동복지 정책 중 하나는 아동수당이다. ‘아동수당법’은 제1조에서 아동수당의 목적을 ‘아동 권리·복지 증진’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모급여도 명목상 ‘양육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법적으로는 아동수당의 ‘추가 급여’ 형태다. 법률에서 아동수당과 부모급여의 수급권자는 ‘아동’이며, 수당·급여는 ‘아동 권리·복지 증진’을 위해 쓰여야 한다.

그런데, 법률에 따른 신청자와 실질적인 수급권자는 아동이 아닌 부모다. 부모가 수당·급여를 ‘아동 권리·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청·수급을 제한할 수 있다. 아동을 신체·정신적으로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등 아동 권리를 침해하는 때도 마찬가지다. 수급을 제한하는 경우는 아동의 사망, 국적 상실, 난민인정 취소·철회로 제한된다.

아동 양육 가정에 대한 복지급여 중 아동복지에 해당하는 급여는 많지 않다. 첫째아 기준 일회성으로 200만 원을 지원하는 첫만남 이용권, 유아보육·교육료 지원, 양육수당 등은 아동복지가 아닌 아동 양육 가정에 대한 지원이다. 아동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게 목적이다.

아동수당·부모급여는 드물게 법률적 수급권자가 아동이며, 아동 권리·복지 증진을 명시적 목적으로 한다. 아동이 직접 금융계좌를 개설해 수당·급여를 받고 이를 사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고려해 실질적인 수급권자는 지금처럼 부모 등 보호자로 두더라도, 목적을 달성하는 측면에서 수당·급여 지급을 아동 권리·복지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모든 걸 부모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아동수당·부모급여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아동 권리·복지의 기준은 ‘아동복지법’에 제시돼 있다. ‘아동복지법’의 기본 이념(제2조)은 ‘아동이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날 것’과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서 아동 이익 최우선 고려’다. 또한, 보호자 등의 책무(제5조)로 건강하게 안전하게 양육하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되고, 아동 권익·안전을 존중하며 건강하게 양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아동수당을 받는 모든 부모가 기본 이념과 보호자 등의 책무를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해 소극적이지만 현실적인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읍·면·동 주민센터에서는 출생신고를 받을 때 아동수당·부모급여, 첫만남 이용권을 통합 신청하도록 안내한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건 ‘부모교육’을 이수한 보호자만 수당 등을 신청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아동 발달, 위생·영양 관리, 아동 권리·복지, 아동학대 예방 등으로 구성된 부모교육을 출생신고 전까지 대면으로 총 8시간 듣도록 하고, 수당·급여 신청 시 이수증을 제출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보호자(한부모는 양육자만)가 이수하면 첫만남 이용권을 20% 더 주는 것도 좋다. 임신 인지 후 출산까지 6~8개월간 8시간이면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다.

부모교육을 의무화한다고 아동 권리·복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진 않을 거다. 그래도 무지에 기인한 아동 권리·복지 침해, 아동학대는 줄어들 것이다. 부모가 아동 관련 활동을 결정할 때 문뜩 교육 내용이 떠오른다면 자녀의 처지에서 무엇이 좋을지 고민하게 될 거다.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든 ‘아동 권리’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동의 권리는 부모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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