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아동 인권 보고서 ⑤ 대한민국] 사회는 선진국, 가정은 후진국

입력 2024-08-30 06:00 수정 2024-08-3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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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부모의 소유물' 인식 여전…아동학대 10건 중 8건은 부모가 가해자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방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지난해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앞두고 강원 춘천시 의암공원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에 참여한 진심어린이집 원아들과 보육교사의 모습. (연합뉴스)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방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지난해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앞두고 강원 춘천시 의암공원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에 참여한 진심어린이집 원아들과 보육교사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의 아동 인권은 양면성을 지닌다. 사회에서 아동 인권은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가정에서 아동 인권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극단적인 사례가 아동학대다.

사회적 아동 인권 보장의 출발은 ‘근로기준법’이다. 1953년 제정법에 아동 노동착취를 금지하는 ‘최저 연령’ 조항이 들어갔다. 당시 13세였던 최저 연령은 15세까지 상향됐다. 1961년에는 ‘아동복리법(현 아동복지법)’이 제정됐다. 이후 2004년부터 아동의 아동정책 제안창구인 아동총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아동정책 심의·의결기구인 아동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 아동총회 의장 출신과 자립준비청년이 당사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이제는 일부 학부모의 무분별한 교권·교사 인권 침해가 논란이 될 만큼 아동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

반면, 가정 내 아동 인권을 보장하는 법·제도는 개선이 더디다. 훈육·체벌 명목의 아동학대를 정당화하던 ‘민법’의 징계권은 2021년, 자녀 살해를 관대하게 처벌하던 ‘형법’의 영아살해죄는 지난해까지 존속했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보장하는 민법 제1112조는 올해 4월에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28일 개정안(일명 구하라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부모는 자식을 버려도, 자식은 부모를 버릴 수 없다. 친권은 성역이다.

법에는 시대상이 반영된다. 부모의 친권을 무한히 보장하고, 아동 인권을 억압하는 법 조항이 최근까지 존재했단 건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됐단 의미다.

이를 방증하는 지표 중 하나가 아동학대 현황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22년 아동학대 판단 사례의 82.7%는 학대 행위자가 부모였다. 학대 장소는 81.3%가 가정 내였다.

특히 아동학대는 사각지대가 크다. 의무교육 체계에서 취학기 아동에 대한 학대는 비교적 발견이 쉽다. 반면, 미취학기 아동은 의사 표현이 미숙해 다른 사람에게 학대 피해를 알리기 어렵고, 보육교사와 의료인 등 신고 의무자는 여러 사정으로 신고에 소극적이다. 2022년 학대 피해 아동 중 만 6세 이하는 18.3%였는데, 이는 과소 집계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경희 가톨릭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학대 피해는 발견된 것이니까 실제 학대는 더 많을 수 있다”며 “사망 사례에서는 미취학 아동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렇게 심각한 상태가 돼서야 발견된다는 건 그 이전의 학대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는 아동의 성장·발달을 저해하고, 자존감과 권리의식을 낮춘다. 따라서 아동학대 예방은 아동 인권 증진의 첫걸음이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선 중대 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와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완정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물리적 학대는 신고와 처벌이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학대를 예방할 수 없다”며 “정서적 학대나 방임은 부모의 가치관, 가정 문화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이 부분은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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