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윤곽’ 국경·환경·안보 수장 줄줄이 발표…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反이민

입력 2024-11-12 14:42 수정 2024-11-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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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 추방, 환경 정책 뒤집기 등
공약 이행 위해 최측근 잇따라 지명
1기 때와는 다소 다른 모습도
낙태권 논란 의식 미국 첫 여성 비서실장 지명
‘친한파’ 루비오, 차기 국무장관 유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월 24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민트 힐(미국)/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월 24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민트 힐(미국)/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경, 환경, 안보 수장을 줄줄이 발표하면서 트럼프 2기 정부 윤곽도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선거 기간 강조했던 미국 우선주의와 반(反)이민 정책을 앞세우면서도 대선 기간 발목을 잡던 여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당선인의 행보가 눈에 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낸 성명에서 차기 환경보호청장으로 리 젤딘 전 하원의원,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을 각각 지명했다고 밝혔다. 또 NYT는 트럼프가 다음 국무장관으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발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장관급 인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국경 강화를 기반에 둔 반이민 스탠스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주 NBC뉴스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취임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국경을 강하고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예고한 적 있다.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이 2019년 9월 11일 의회에 출석해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이 2019년 9월 11일 의회에 출석해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주요 부처 수장 중에 국경 문제를 총괄하는 ‘국경 차르’를 가장 먼저 발표했다. 지명자인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은 반이민 정책 적임자라 할 수 있다. 그는 최근 CBS ‘60분’에 출연해 ‘트럼프의 대량 추방 공약’에 관한 물음에 한술 더 떠 “가족이 함께 추방될 수도 있다”고 말한 인물이다.

현재 주요 언론으로부터 차기 정책 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거론되는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역시 대표적인 반이민 정책 추종자다. 그는 트럼프 1기 시절 행정부가 펼친 강력한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졌다. 당선인은 국경 차르와 정책 담당 실무자를 통해 반이민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수장인 환경보호청장에 지명된 젤딘 전 의원은 트럼프 측근이다. 예전부터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이 자국 자동차 산업과 석유 산업 등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를 바꾸기 위해 대선 기간 내내 당선인 옆에 머물던 젤딘 지명자가 앞장설 전망이다. CNN방송은 “젤딘의 첫 번째 과제 중 하나는 아마도 바이든 정부에서 가장 중요했던 기후 규제 중 몇 가지를 뒤집는 일을 시작하는 것일 것”이라며 “여기에는 차량 배기가스 규제와 발전소, 석유, 가스 생산시설 규제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지 와일스(왼쪽) 미국 공화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연단에 서고 있다. 팜 비치(미국)/AP연합뉴스
▲수지 와일스(왼쪽) 미국 공화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시간) 연단에 서고 있다. 팜 비치(미국)/AP연합뉴스
예상대로 ‘친 트럼프’ 측근들이 대거 포진했지만, 마냥 뻔한 인사도 아니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된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와일스 지명자는 로널드 레이건 대선 캠프에서도 활약했던 40여 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카메라 앞보다 뒤에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런 그를 당선인은 주요 지명자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함으로써 남성 위주 행정부라는 지적으로부터 한발 떨어질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선거 기간 내내 낙태권을 놓고 많은 여성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민주당 정권도 하지 못한 여성 비서실장 지명이 새 정부에 주는 의미는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4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랄리(미국)/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4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랄리(미국)/로이터연합뉴스
외교수장인 국무장관 유력 후보로 루비오 상원의원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연관된다. 루비오 의원은 쿠바계 이민 가정 출신으로, 과거 상원의원 선거 당시 바텐더 아버지와 호텔 청소부 어머니를 내세우며 아메리칸 드림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대선 직전 히스패닉계 무시 논란에 휩싸였던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논란을 해소하기 적절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루비오 의원은 친한파로 알려진 데다 전통적인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변동성 큰 트럼프식 외교에 다소 안정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련의 인사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최초 남미계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부 장관(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과 첫 흑인 국방장관(로이드 오스틴), 첫 커밍아웃 장관(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을 지명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파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1기 때와는 사뭇 다른 변화를 가져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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