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에 길을 묻다] ④ 초고령화의 그늘 ‘빈집’…해법 고심하는 일본

입력 2024-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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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0-1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빈집, 전체 주택의 13.8%...역대 최대
“방치된 빈집 10만채 늘어날수록 14조원 경제손실”
세금·관리비 부담에 웃돈 주고 넘기려는 사례도
지자체, 활용 방안 고심

급속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장기간 방치된 빈집이 일본 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집계한 주택·토지 통계조사 수정치에 따르면 일본 내 빈집은 지난해 10월 기준 총 899만 채로 집계됐다. 30년 새 두 배로 늘어나면서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하게 됐다. 빈집이 일본 전국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13.8%에 달한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3년 빈집 비율이 27.3%까지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중 70%는 단독 주택 형태였다. 최근에는 아파트 형태의 빈집도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빈집 중에서도 임대·매각용이나 별장 등을 제외하고 장기간 사용 목적이 없이 버려진 ‘방치된 빈집’은 일본 전체 주택의 5.9%로, 총 385만 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채 방치된 빈집은 건물 노후화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변 경관을 해치고, 악취나 해충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방치된 빈집이 늘어나게 되면 주변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매매 수요를 위축시켜 빈집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빈집 문제는 국가적 손실로 연결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민간단체 ‘전국 빈집 대책 컨소시엄’ 자료를 인용해 빈집으로 인한 국가 전체 경제손실은 지난해까지 5년간 3조9000억 엔에 달한다고 전했다. 방치되는 빈집이 10만 채가 늘어날 때마다 일본 전체 토지 가격 하락으로 1조5000억 엔(약 14조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치된 빈집이 늘어나는 원인은 저출산·인구 고령화와 직접 맞닿아 있다. 실제로 고령 인구가 많거나 인구 100만 명 미만인 와카야마현, 도쿠시마현과 같은 농촌 지역일수록 빈집 비율이 20%대가 훌쩍 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부모나 조부모가 시골에 남긴 빈집은 자녀 세대에게 자산이 아니라 ‘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 소도시에 있는 주택은 수요가 많지 않아 처분하기가 어려운 데다, 고정자산세와 보험료 관리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만만치 않게 나가게 된다. 건물 노후화로 화재나 붕괴 위험이 있어 주택을 철거하려고 해도 수백만 엔대의 철거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보유 중인 빈집이나 땅을 공짜나 심지어 웃돈을 주고 거래하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빈집법)’에 따라 소유하고 있는 빈집이 자칫 주변 경관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상태를 뜻하는 ‘특정 빈집’으로 지정되면 고정자산의 경감 조치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최악의 경우 철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면 토지가 공매로 넘어갈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법을 개정해 ‘특정 빈집’ 이전 단계인 ‘관리 부전 빈집’항목을 신설해 관리 대상을 더 넓혔다. 올해 7월에는 국토교통성이 빈집 거래 활성화를 위해 상태가 좋지 않은 빈집에 한해 공인중개사가 받는 수수료율을 올리기로 했다.

▲일본의 ‘0엔’ 빈집 매물을 중개해주는 민간 플랫폼 ‘모두의 0엔 물건’사이트에 올라온 후쿠이현 오바마시의 한 빈집 전경 사진. 출처 모두의 0엔 물건
▲일본의 ‘0엔’ 빈집 매물을 중개해주는 민간 플랫폼 ‘모두의 0엔 물건’사이트에 올라온 후쿠이현 오바마시의 한 빈집 전경 사진. 출처 모두의 0엔 물건
이에 빈집 문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소도시 지방자치단체들이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최근 도야마현 등 일부 지자체는 매매가가 ‘0엔’인 매물만 전문으로 중개하는 민간 플랫폼과 별도로 자체 ‘0엔 빈집 뱅크’를 만들어 빈집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0엔짜리 빈집 매물 거래가 성사되면 지자체가 빈집 소유주에게 최대 10만 엔을, 빈집 취득자에게도 초기 정착 지원금 형태로 50만 엔을 지원해준다.

빈집을 숙박시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니가타현 사도시(市)는 올해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지난 8월 공유숙박 중개 서비스 업체인 미국 에어비앤비와 관광객 유치와 지역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제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빈집을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전환해 숙박시설 부족에 대응하고, 워케이션(Worcation, 일+휴가) 수요를 잡기 위해 도시와 지방에 거주하는 ‘2지역 거주’를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에어비앤비 일본법인의 다나베 야스유키 대표는 “빈집이 많다는 것은 앞으로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면서 “지역에 최적화된 형태로 숙박시설을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대증요법으로 빈집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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