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중국산 막아라”…동남아서도 대중 관세론 대두

입력 2024-09-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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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품 범람에 자국 산업 피해
인니, 섬유산업서 1.4만 명 해고
베트남, 상반기 중국산 철강 수입 2배 급증
세이프가드·덤핑 조사에 범정부TF까지 구성
“과도한 자극 안 돼”…보복 우려에 수위조절도

동남아시아에서도 중국산 저가 수입품 ‘홍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관세 등 수입 규제를 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의류와 도자기 등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은 철강 제품에 대한 덤핑 조사에 돌입했다. 물밀 듯이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수입품으로 인해 자국 산업과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섬유제품 수입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니트, 직물, 카펫 등의 수입 관세를 인상하는 내용이다. 도자기 등 세라믹 제품 수입 관세도 인상할 계획이며 추가 관세율은 45~50%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도네시아는 오래전부터 “국내 산업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을 관리하겠다”며 섬유, 의류, 도자기 등 7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혀온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조치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되 중국 제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국산 섬유제품과 도자기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국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적어도 10개 이상의 섬유업체가 사업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단행해 약 1만4000명이 해고됐다.

베트남에서는 상반기 중국산 철강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베트남 최대 철강 기업인 호아팟그룹의 쩐딘롱 회장은 4월 “국내 생산이 위험에 처했다”며 중국산 철강재 수입 급증에 대한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중국산 수입품 가격과 판매 체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태국은 7월부로 1500바트(약 5만9000원) 이하 수입품에 7%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중국산 잡화와 의류 수입 증가에 맞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더 나아가 지난달에는 중국산 저가 수입품 유입을 막기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마련했다. 태국 정부는 28개 기관이 참여하는 TF 회의를 격주로 개최해 불법 상품 유통 방지 규정을 검토하고 개정하기로 했다.

다만 동남아시아 각국은 대중국 수입 규제 강화를 검토하면서도 보복 조치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전체 교역액의 20%를 차지하는 역외 최대 교역국이다. 인도네시아 등은 중국에 에너지 자원과 전기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 중국이 보복 관세나 금수 조치를 취하면 수출 산업에 타격을 입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당초 중국산 섬유 제품 등에 세이프가드와 반덤핑 관세를 이중으로 부과하고 세율을 100~200% 인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상을 중국으로 특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면 투자유치 등 다른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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