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 ‘원전 수출’ 발목 잡은 미국…소송 이어 체코 당국 압박

입력 2024-08-27 13:31 수정 2024-08-2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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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반독점 당국에 진정서 제출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우리 기술 사용”
2009년 UAE 수출 때와 동일한 기술
일자리 앞세워 대선 전 美정치권 자극

미국 원자력발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에 이의를 제기,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이번에는 체코 규제당국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체코전력공사(CEZ)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ㆍKHNP)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과 관련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이의를 제기(appeal)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2차 라이선스(특허 재사용 허가권)’를 보유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수원이 수출하는 원자로(APR1000, APR1400) 기술은 웨스팅하우스가 기술적 권리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원자로 설계는 우리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기술”이라며 “핵심기술 특허를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독자적 (수출)행보는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지난달까지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경쟁에서 한국의 한수원, 프랑스전력공사(EDF) 등과 경쟁했으나 탈락했다. 체코 정부는 지난달 17일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ㆍ대우건설은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예상되는 사업 규모는 1기 약 12조 원, 2기 총 24조 원 등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당국에 진정을 넣은 배경에는 한수원에 대한 법정 대응에 나서는 한편, 체코 정부까지 압박해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웨스팅하우스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일자리 감소’를 앞세워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을 자극하고 나섰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가 한국 원전을 도입하면) 미국이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한국에 빼앗기게 된다”며 “여기에는 우리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일자리 1만5000개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미국 대선 승패를 좌우할 6곳의 경합주 가운데 하나다.

웨스팅하우스 본사는 펜실베이니아에 있지만, 회사는 2017년 경영 악화로 파산한 이후 매각됐다. 현재 캐나다 사모펀드(브룩필드 리뉴어블 파트너스)와 우라늄 기업(카메코)이 각각 51%, 49% 지분을 보유 중이다.

또 2009년과 다르게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만큼 지재권을 앞세워 공격적인 수익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체코 원전 수출이 압박받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섰다. 2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양국 원전 기업 간 분쟁의 원만한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체코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하에 미국 측과 지속적이고, 긴밀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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