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퍼붓기’로 스포츠 마저 ‘독점’하는 중국?…국민, 암울한 경제에 파리올림픽은 ‘사치’

입력 2024-08-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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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역대 최대 규모 중국 선수단 출전
선수단 이동ㆍ숙박비, 세금 지원에 반발심↑

▲7일(현지시간)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단체전 메달 시상식에서 금메달 팀 중국, 은메달 팀 미국, 동메달 팀 스페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파리/AP뉴시스
▲7일(현지시간) 파리 하계올림픽 수영 단체전 메달 시상식에서 금메달 팀 중국, 은메달 팀 미국, 동메달 팀 스페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파리/AP뉴시스

<중국 올림픽의 역사>
그간 올림픽은 중국에 남다른 의미였다. 중국은 오랫동안 올림픽을 통해 공산당 체제의 정당성을 과시해왔다. 그러기 위해선 서방 국가에 맞서 승리해야 했고, 중국은 올림픽 선수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국 선수단이 출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716명으로 구성된 중국 선수단은 30개 종목, 42개 분야, 236개 종목에 출전했다. 중국은 지난해보다 스포츠 예산을 늘리며 '국가 자부심'을 드높이고자 한다.

중국은 왜 올림픽에 열광하는가?

국가 주도로 올림픽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즉, '국가 자부심'을 고취하는 메달에는 돈이 든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중국이 스포츠 능력마저 '독점'하려 한다며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공식 사이트에 게재된 2024년 중앙 및 지방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스포츠 예산은 지난해보다 5.42% 증가했다. 베이징 시 예산만 18억2800만 위안(약 3514억 7100만 원)에 달한다. 올림픽 대회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는 호주는 4분의 1 정도다. 미국 선수들은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 없이 민간 후원, 자선 단체, 방송 수익, 광고에 의존한다.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공산당 통치를 과시해온 것은 1950년대 마오쩌둥 시기부터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이 처음으로 출전했고 큰 성과를 얻었다. 마오쩌둥은 소련이 스포츠로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친 '소프트 파워'에 영감을 얻었다. 사회주의 국가가 세계 무대에서 '민주주의' 서방 국가를 이길 수 있는 선례를 본 것이다.

지금껏 중국에 '올림픽 소프트 파워' 공식은 효과적이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데이터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20년 올림픽까지 중국은 금메달 226개, 은메달 157개, 동메달 137개를 획득해 미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최고 성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48개를 획득한 것이다. 자연스레 중국의 문화적 가치를 고양할 수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막대한 예산에 올림픽으로부터 등 돌린 여론

그러나 파리올림픽에 대한 중국 대중의 여론은 예전과 같지 않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왜 선수들의 항공료, 호텔, 여행 혜택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국민 사이에서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점철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3일 정부 공식 사이트에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한 20가지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재정 보조금은 제시되지 않았다. 올림픽 선수단 같은 특정 계층에게만 특별 혜택이 주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중국 경제는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출 호조에 가려진 소비 지출이 흔들리면서 성장률은 예상치 못하게 5분기 만에 최악의 속도로 둔화했다. 소비자 물가는 수개월 동안 제로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중국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중국은 경제 호황을 누렸다. 공산당은 올림픽을 '영광의 시대'를 여는 계기로 상징성을 부여했다. 16년 전 개최국이 되어 올림픽을 유치한 중국은 국제적으로 자국이 더 긍정적으로 비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찼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불편한 입장에 놓였다. 남중국해와 대만 등 여러 국가와 국제 갈등을 빚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제계 등에서 시진핑 정부의 과도한 '권위주의' 정책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번지기도 했다.

▲4일(현지시간) 파리 하계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 경기에서 대만의 이양(왼쪽)과 왕치린 선수가 중국으로부터 승리하고 기뻐하고 있다. 파리/AP뉴시스
▲4일(현지시간) 파리 하계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 경기에서 대만의 이양(왼쪽)과 왕치린 선수가 중국으로부터 승리하고 기뻐하고 있다. 파리/AP뉴시스

앞서 4일 남자 복식 배드민턴에서 중국 선수들을 꺾고 대만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자 중국에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독립을 반대해 온 대만의 이번 승리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인정받기 위한 대만의 승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대만의 대결은 오히려 대만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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