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시아, 24명 수감자 맞교환…냉전 이후 최대

입력 2024-08-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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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기자↔푸틴이 총애하는 전직 KGB 요원 ‘맞교환’
바이든, 물밑에서 독일 설득해 맞교환 협상 진행

▲에반 게르시코비치(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의 수감자 맞교환으로 석방된 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보는 가운데 그의 어머니 엘라 밀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뉴시스
▲에반 게르시코비치(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의 수감자 맞교환으로 석방된 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보는 가운데 그의 어머니 엘라 밀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뉴시스

미국과 독일 등 서방과 러시아가 서로 수감 중이던 24명을 동시에 석방하는 방식으로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이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수감자 맞교환이다. 미국은 간첩 혐의로 수감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를,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애국자’로 불렀던 전직 러시아 국내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KGB의 후신) 출신 암살자를 맞교환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인 3명과 1명의 영주권자와 함께 독일 5명, 7명의 러시아인 등 그간 러시아에 수감돼 있던 16명이 석방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난해 3월 취재 과정 간첩 혐의를 받고 러시아에 수감 중이었던 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와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기업 보안 책임자로 일하다 2018년 투옥된 폴 휠런, 지난달 수감된 미국·러시아 복수 국적의 자유유럽방송(RFE)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 등이 포함됐다. 이번 맞교환으로 러시아에서 풀려난 러시아인 중 대부분은 수감 중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된 반정부 인사들이다.

반면 미국 등 서방에서는 8명의 러시아 국적 수감자를 석방하기로 했다. 이중 맞교환의 핵심 인물은 독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던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였다.

KGB 요원 출신인 크라시코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교환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19년 독일 베를린 공원에서 체첸 반군 야전사량관 출신 젤림칸 칸고슈빌리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의 애국자가 유럽 수도 한 곳에서 노상강도를 제거했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다”며 줄곧 크라시코프를 수감자 교환 명단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독일은 “살인자인 크라시코프를 풀어주면 앞으로 푸틴이 더 많은 일을 저지를 것”이라며 맞교환 명단에 그를 포함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미국 언론들은 대체로 이번 대규모 수감자 맞교환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간 완강했던 독일을 설득해 이번 협상의 핵심 열쇠인 크라시코프 맞교환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억류된 미국인의 송환을 약속해왔다”며 “이번 맞교환은 외교적인 승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2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난 후부터 관련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수감자 맞교환 협상을 위해 독일뿐만 아니라 튀르키예,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 등의 협력을 끌어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냉전 이후 이런 방식으로, 이런 비슷한 규모로 맞교환이 이뤄진 적이 없으며, 이렇게 많은 국가가 참여한 교환도 없었다”면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크고 복잡한 맞교환을 성사했다”며 이번 수감자 교환의 의미를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석방은 외교와 우정의 개가”라며 “동맹국의 도움 없이 이번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 관계를 경시하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듯 “동맹국이 왜 중요한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중요하다”면서 “오늘은 왜 이 세상에서 친구가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크라시코프를 되돌려받은 푸틴에도 큰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직 KGB 요원인 푸틴이 살인범 크라시코프의 맞교환에 성공함으로써 해외에서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요원들에게 그가 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구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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