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관광객? 그럼 1000엔 추가”...일본 식당, 엔저에 ‘이중가격’ 도입 확산

입력 2024-06-1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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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로 해외 관광객 소비 늘어나
8만 원 성게 덮밥도 불티

▲일본 도쿄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 도쿄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AP뉴시스
극심한 엔저로 가난해진 일본이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이중가격’ 돈벌이에 나섰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물가 상승으로 영업이 어려워진 일본 외식업체들이 ‘관광객 프리미엄’을 붙여 일본인보다 해외 관광객에게 더 비싸게 팔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의 도요스 시장에는 ‘천객만래(千客万來)’라는 이름의 식당 단지가 있다. 천 명의 손님이 만 번씩 온다는 뜻을 가진 이 식당가에서는 성게 덮밥을 1만 엔(약 8만 원)에 팔아도 연일 관광객이 붐빈다. 홍콩에서 가족과 함께 일본을 방문한 한 관광객은 “일본의 해산물 덮밥이 너무 싸다”며 주저 없이 참치 뱃살과 연어 알이 올라간 1만8000엔짜리 덮밥을 골랐다. 닛케이는 엔화 약세로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소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시장에 장을 보러 온 일본인 손님은 종일 보이지 않았다. 기록적인 엔저와 물가 상승으로 일본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홋카이도에 있는 오타루 등 유명 관광지에서는 상대적으로 돈을 더 잘 쓰는 해외 관광객에게 더 비싼 값을 받는 ‘바가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일본 외식업체 사이에서는 ‘이중가격’이 유행이다. 같은 음식이더라도 일본인과 관광객에게 각각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다. 닛케이는 이를 ‘관광객 시프트’라고 표현했다. 물가 상승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 일본인에게는 기존 가격을 받고, 관광객에게는 더 비싼 가격을 받는다. 일본인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물가 부담을 관광객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한 뷔페업체는 해외 관광객에게 1000엔을 더 받고 있다. 약 60여 가지 해산물 뷔페에 음료 무제한이 포함된 코스는 평일 저녁 시간대 일본인과 재일 외국인에게는 5980엔을 받지만, 관광객은 6980엔을 내야 한다. 레스토랑 사장 미만 상오는 “관광객 접객 비용을 생각하면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형 외식업체 와타미의 와타나베 미키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인은 3000엔짜리 소고기 등심 꼬치를 사지 않지만, 해외 관광객은 ‘싸다’며 산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일본에서는 관광객 수요가 많은 곳에만 새로운 지점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와타미의 올해 4월 관광객 매출은 76% 증가해 역대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일본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가격을 적절히 설명한다는 전제로 이중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가게 역량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이 마이너스금리 해제 등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과 서비스 수요에 따라 가격을 바꾸는 새로운 가격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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