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쥐고 흔드는 시진핑…“중국 배짱 요구에 가스관 합의 불발”

입력 2024-06-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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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지난달 이틀간 방중에도 협상 교착
“우크라 침공에 경제 교섭력 중국이 우위”
가스프롬, 작년 유럽 판로 끊겨 25년 내 최대 손실
“중국, 시간은 우리 편…최상 제안 기다릴 듯”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에 국빈 방문했지만,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은 중국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 제재로 궁지에 몰린 푸틴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5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부터 이틀간 첫 방문 국가인 중국에서 가스관 건설 계약 체결을 추진했으나 협상은 불발됐다. 이는 중국이 가스 공급량과 단가를 과도한 수준으로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은 보조금이 적용돼 매우 저렴한 러시아 국내 가격에 근접한 수준으로 가스를 매입하겠다는 의향을 전했다. 또 ‘시베리아의 힘 2’의 계획된 연간 수송 용량 500억 ㎥ 중 극히 일부만 구매하겠다고 했다.

이에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추가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가스프롬은 국내 시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유럽에 가스를 비싸게 판매해 왔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판로가 막혔다.

실제 가스프롬의 유럽 수출량은 우크라이나전 이전에는 10년간 연평균 230bcm(1bcm=10억㎥) 규모였지만 지난해 22bcm까지 감소했으며,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스프롬은 작년에 6290억 루블(약 9조6000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최소 25년 만에 최대 규모 적자다.

러시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2019년 완공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의 연장선인 ‘시베리아의 힘 2’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으나 푸틴 방문에도 불발된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수년 전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 서부 신장으로 이어지는 ‘시베리아의 힘 2’를 제안, 올해부터 건설하기를 희망했으나 구체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FT는 이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 주석에 경제적으로 점점 더 의존하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양국 관계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위한 대체 육로 경로가 없다는 것은 가스프롬이 아마도 중국의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중국은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보고 러시아 측에서 최상의 조건을 짜내길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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