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면접 거부'로 로스쿨 불합격…대법 “불합격 처분 취소해야”

입력 2024-04-04 10:52 수정 2024-04-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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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토요일에는 모든 종류의 세속행위를 금지한다는 교리에 따라 로스쿨 면접을 포기한 신자 A씨가 전남대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전남대학교가 ‘면접일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한 A씨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4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신자인 원고 A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2심 결과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입시 과정에서 재림교 신자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의무가 있는 국립대학교 총장은 그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설령 그 과정에서 재림교 신자가 아닌 다른 일반 지원자들의 이익이 다소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로스쿨 면접 자체에 응하지 못하는 재림교 신자의 불이익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재림교 신자 A씨는 2020년 10월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원서를 냈고, 1단계 평가에도 합격했다.

문제는 A씨 면접시간이 토요일 오전으로 잡히면서 시작됐다. 재림교에서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 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A씨는 전남대학교 측에 면접 일정을 오전에서 오후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토요일 오후 면접을 보는 지원자들과 함께 낮 12시 30분까지 대기실에 입실해 기도하며 격리상태로 기다릴 테니 일몰시각 이후 면접을 보게 해달라는 것이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전남대학교는 입시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존 모집요강에 따라 면접고사를 진행했다.

면접에 응하지 않은 A씨가 최종 불합격하면서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심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은 2021년 9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면접고사가 어느 요일, 어느 시간에 실시되느냐에 따라 어차피 일부 입학지원자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어느 정도 지장이나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현실을 짚으면서 이런 상황에서 A씨와 같은 특정 입학지원자에 대해서만 면접고사 일정을 변경해줄 경우 ‘특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항소하자 2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은 2022년 8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결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종교적 양심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소수 종교인 재림교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해 고도로 보장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전남대학교가 면접대상자를 결정할 때 성적, 남녀비율, 심사위원과의 친인척 특수관계 등을 고려해 사전에 면접 조를 분류하는 만큼 A씨의 종교도 그 조정 기준 중 하나로 삼아 행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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