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좌절’ 중국 Z세대…분노의 ‘금콩’ 구매 열풍

입력 2024-03-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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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투자 상품으로 인기…값싼 초미니 골드바 역할
디플레 등 경제 불안에 소비 대신 자산형 보석 매입
“현물보다 비싸 의미 없어…금 ETF에 투자” 조언도

▲중국 금콩에 대한 웹 검색 색인 추이. 출처 블룸버그
▲중국 금콩에 대한 웹 검색 색인 추이. 출처 블룸버그
15년 만에 최악의 디플레이션, 불안정한 증시, 너무 낮은 은행 금리 등에 좌절한 중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 ‘금콩’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귀금속 매장에서는 유리병에 담긴 1g짜리 작은 금콩이 젊은이들에게 첫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동산 불황과 주식시장 폭락 등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Z세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금콩이 떠오른 것이다. 재정적 여유가 충분치 못한 청년층에게 1g에 약 600위안(약 11만 원)짜리 저렴한 금콩은 ‘초미니 골드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중국 남부 푸젠성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금콩을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을 사서 돈을 잃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격이 국제 금값보다 낮은 한 계속해서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 투자가 안전하다는 이러한 믿음은 국제 금값이 최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랠리를 펼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Z세대는 불안정한 국가 경제 속에서 ‘즐거운 소비’ 대신 장식품이나 투자 목적으로 금콩과 같은 ‘자산형 보석’을 사들이게 됐다. 실제로 차우타이푹주얼리그룹은 지난해 중국 소비자 동향 보고서에서 국내에서 금 액세서리를 가장 많이 구매한 소비층 가운데 하나로 Z세대를 꼽았다. 금콩에 대한 뜨거운 투자 열기에 중국 초상은행도 작년 7월 금콩 세트 상품을 출시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도 젊은이들의 금 투자 열풍을 엿볼 수 있었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서는 ‘#젊은이들이 금을 사는 이유’라는 해시태그가 91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 “금을 구매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인기 게시글이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 귀금속 업체 룩푹(Luk Fook)이 판매하는 ‘금콩’. 출처 룩푹 웹사이트
▲중국 귀금속 업체 룩푹(Luk Fook)이 판매하는 ‘금콩’. 출처 룩푹 웹사이트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콩이 그다지 바람직한 투자처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 업체 메탈포커스의 니코스 카발리스 전무이사는 “금콩이나 기타 금 품목의 경우 현물 가격보다 10~13% 더 비싼 경우가 많아 투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진짜와 가짜 금을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한 회사원은 “최근 구입한 금콩이 모두 철, 아연, 구리의 혼합물임을 알게 됐다”며 “금을 싸게 사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별 등급을 받은 웹 상점에서 샀음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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