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미인증 장비 상수도관에 설치해 124억 낭비…업체 검찰에 송치

입력 2024-02-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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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억제장비, 수도법에 따라 CP 인증받아야…2016년 이후 한 곳도 없어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상수도관 설치 현황. (자료제공=국민권익위원회)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상수도관 설치 현황. (자료제공=국민권익위원회)

전국 48개 지방자치단체가 수도법에 따라 인증을 받지 않은 약 124억 원 상당의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502개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같은 신고를 송부받은 경찰은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업체 3곳을 수도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해 2월경 두 차례에 걸쳐 "지자체가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고가의 미인증 부식억제장비를 상수도관에 설치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취지의 부패신고를 접수했다.

부식억제장비는 금속관로 상수도관의 노후 또는 부식으로 인한 녹물 등을 방지하는 위한 수도용 제품으로,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개당 수백만 원부터 2억 원 이상까지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부식억제장비를 상수도관에 설치하는 경우엔 수도법에 따라 한국물기술인증원으로부터 '수도용 자재와 제품의 적합(CP)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한편, 권익위가 부패신고를 접수받고 환경부에 확인한 결과, 2016년 9월 이후 정부로부터 CP 인증을 받은 부식억제장비는 시장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해 5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미인증 부식억제장비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구했고, 경찰청에 해당 장비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전국 지자체 중 1개 광역지자체와 47개 기초지자체에서 201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약 124억 원 상당의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502개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 중에서는 경상북도가 270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도(112개), 경상남도(57개) 등의 순으로 많았다.

나머지 지자체들은 상수도관을 비금속관으로 설치해 부식이 발생하지 않거나 CP 인증을 받은 부식억제장비가 없어 해당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로부터 신고를 송부받은 경찰은 작년 12월 미인증 부식억제장비 제조·판매업체 3곳을 수도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권익위는 앞으로도 미인증 부식억제장비를 상수도관에 설치되는 것을 예방하는 등 철저한 관리 감독과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소관 부처인 환경부에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로부터 인증받아 성능이 확인된 제품이 상수도관에 설치돼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협하는 부패행위 근절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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