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가용을 마련한 A 씨는 운전 중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 노면 표시를 보고 초록불 신호에 좌회전을 했지만, 맞은편 직진 차량에 들이받히고 말았다. 나중에 보니 신호체계가 변경돼 좌회전 신호가 생겼지만, 예전 노면 표시를 지우지 않아 사고가 나게 된 것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처럼 부적절한 노면 표시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노면 표시를 개선해 절반 이상 조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민 정책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에서 지난달 23일까지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해결한 고충 민원 중 파급력 등이 컸던 대표 사례 10개를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대표 사례 10개는 지난해 해결된 고충민원 중 내·외부 전문가 5인의 1차 심사를 거쳐 16개의 후보사례를 우선 선정하고, 총 2852명이 참여한 국민생각함 설문 조사를 통해 최종 선정됐다. 대표 사례는 시정권고·의견표명이 5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획조사를 통한 제도 개선(3건), 집단민원 조정(2건) 등이었다. 특히, 부동산 등기, 세금 납부, 임금체불 등과 같이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거나 교통‧통학 안전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해결사례들이 국민의 공감을 받았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대표 사례를 보면, 권익위는 교통신호와 노면 표시 불일치, 부적절한 노면 표시 등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해 교통안전이 우려된다는 고충 민원이 다수 제기되자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및 지자체 등 도로관리청과 협업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노면표시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권익위는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총 1195개소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권익위는 주택을 매수한 이후 전 소유자의 체납을 이유로 해당 주택에 대해 압류 촉탁이 접수됐다는 민원에 압류를 해제하도록 의견 표명해 문제를 해결했다. B 씨는 주택(빌라) 한 채를 정상적으로 매수 완료하고, 법원 등기소에 등기신청을 한 후 기다리는 과정에서 B 씨의 주택이 소유권 이전 1시간 52분 전에 전 소유자의 세금 체납을 이유로 압류됐다는 내용을 듣게 됐다. 압류 행위는 규정에 따라 이뤄져 해제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B 씨는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권익위는 압류 자체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지만 압류 시점이 등기 직전으로 B 씨가 확인하거나 조치할 방법이 없었고, 법률전문가라도 동일한 피해를 막기는 어려운데 일반 국민이 이를 예측하거나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 결국, 권익위는 해당 기관에 압류를 해제할 것을 '의견표명'했고, 해당 기관 이를 받아들여 문제가 해결됐다.
권익위는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를 신고하는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운용되고 있지만, 제도적인 문제나 이용상의 불편 사항 등에 대한 개선과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이에 권익위는 주정차 절대 금지구역 신고대상에 '보도'를 포함하고, 횡단보도 불법 주정차 신고 기준을 정지선을 포함해 '정지선부터 횡단보도의 면적까지'로 통일했다. 또한, 이면도로 교차로에 노면 표시를 강화해 주민 신고를 유도하고,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 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횡단보도 경계석, 점자블록 등 설치기준 정비를 통해 교통약자의 보행 안전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동안 협소한 보도, 좁고 높은 횡단보도, 잘못된 점자블록 설치 등으로 교통약자의 보행에 불편이 발생했으며, 특히 최근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장치가 대중화되는 등 보행환경 변화로 인해 보행자의 안전사고가 급증했다. 이에 권익위는 횡단보도 경계석 턱 낮춤 기준 정비, 보도 위 점자블록 설치 장소의 사각지대 해소, 보도의 최소 유효폭 기준 일치 등 전반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불편을 해소했다.
이 외에도 △초등학교 정문 앞 통학로 안전확보 방안 마련 △아파트 분양계약 인지세 연대납부 방안 마련 △태풍 피해 복구작업 체불금액 지급 △간병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임대주택 승계 △시설이용료(주차비) 징수 개선 △한센인 마을 지원 방안 마련 등 민원 해결 사례가 있었다.
양종삼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올해는 취약계층 등 민생‧안전과 관련된 고충민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국민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해결사례를 알리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